김일성대 유학 시글리씨… 北 생활 SNS에 올려 유명세 연락두절 열흘만에 풀려나 中도착… 호주총리 “도와준 스웨덴에 감사” 구금 이유는 밝혀지지 않아
북한에서 한 주 이상 구금됐다 풀려난 호주인 앨릭 시글리 씨가 4일 오전 중국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구금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베이징=AP 뉴시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수도 캔버라 의회에서 “시글리 씨가 구금에서 무사히 풀려나 북한을 떠났다. 호주 정부를 대신해 그의 석방을 도와준 스웨덴 정부에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시글리 씨의 석방은 평양에 있는 스웨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북한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그의 실종 문제를 제기한 뒤 전격 이뤄졌다. 영국 BBC는 스웨덴이 북한에 대사관을 둔 몇 안 되는 서방국이며 호주처럼 북한에 대사관을 두지 않은 나라와 북한의 중개자 역할을 종종 맡는다고 전했다. 호주 외교부에 따르면 스웨덴 특별대사는 이번 주 초 평양에 도착해 북한 측과 협의했다. 그는 3일 시글리 씨 실종 사건에 대해 북한 정부에 문의한 사실을 호주 측에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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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몇 없는 북한에서 그는 여러 외신에 소개된 유명 인사였다. 3월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시글리 씨는 자신을 ‘북한에 사는 유일한 호주인’으로 소개했다. 그는 ‘평양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지역 사람들과의 교류는 때로 제한되지만 원하는 거의 모든 곳에서 쇼핑할 수 있고 밥도 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월 미 공영라디오 PRI가 게재한 ‘트위터와 코코팝(시리얼): 북한 최고 대학에 다니는 학생의 놀라운 삶’이란 기사에도 등장했다. 시글리 씨는 “북한에서 트위터가 공식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트위터 포스팅으로 한 번도 당국의 제재나 검열을 받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또 북한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맛의 시리얼, 탄산음료, 게임앱, 아리랑 스마트폰 등을 자세히 소개하며 “북한에서도 시장경제가 커지며 일정 정도의 자유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활발히 활동하던 그가 지난달 24일부터 연락이 두절되고 그의 트위터 계정도 활동이 끊기자 그의 가족은 호주 정부에 그의 신변을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한국 언론 등을 통해 그의 구금 사실이 알려졌다.
북한은 밀입국 혹은 북한 정권이 ‘반체제적 범죄 행위’라 일컫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외국인들을 종종 구금해 왔다. 2016년 1월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는 관광차 방문한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다음 해 6월까지 17개월간 구금됐던 그는 2017년 6월 13일 혼수상태로 풀려났다. 고향인 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로 돌아온 지 6일 만인 같은 해 6월 19일 사망선고를 받았다. 유족은 그가 북한 당국의 고문으로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