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오페라 칸타타’ 연습현장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 연습 중 서울시합창단과 시민합창단이 “대한독립 만세” 함성에 맞춰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대한독립 만세! 대한독립 만세!”
비장한 선율을 입은 함성에 대답하듯 긴박한 셋잇단음표의 리듬이 이어졌다. “막아라 막아라 폭도들을 막아라, 찔러라 찔러라, 쏴라 쏴라….”
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서울시합창단 연습실이 태극기 숲을 이뤘다.
“자, 여기서는 백성들과 순사들이 갈립니다. ‘독립 만세’ 하고 선율이 올라갈 때는 이렇게 손을 앞으로 내뻗고요, 내려갈 때는 팔을 내리면서 이렇게!”
이 작품은 서곡으로 시작해 매봉교회 예배당에서 기도하는 유관순 열사의 모습부터 정동교회에서의 장례식까지, 짧지만 뜨거웠던 삶과 3·1운동의 격랑을 음악극으로 담아냈다. 합창단이 무대 한가운데 자리 잡고, 그 앞으로 주인공인 유관순과 일본 순사 등 출연자들이 연기를 펼친다.
서선영 씨는 “슬프고 답답해서 때로는 잊고 싶은 역사였는데, 옛 분들의 숭고한 희생 덕에 오늘날 우리가 세계에서 어깨를 펴고 살 수 있게 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외침과 노래가 섞인 연기가 쉽지 않아 열심히 연습 중이다”고 덧붙였다.
강기성 서울시합창단 예술총감독은 “지난해 취임 직후 3·1운동 100주년의 숭고한 뜻을 오늘날 적합하게 되새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 보고자 작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작곡과 연출을 맡은 이용주 작곡가는 오페라 뮤지컬 ‘윤동주’,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오페라 ‘이화 이야기’ 등을 쓴 바 있다. 그는 “노래에 열성이 있는 사람이면 소화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연극적 요소가 많다 보니 사뭇 극적인 음악이 펼쳐지게 됐다”고 말했다.
시민합창단으로 참여한 유승완 씨(45)는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최근 다시 읽으며 현대사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고 있던 중 오디션 공고를 보고 함께하게 됐다. 일본 순사 역으로도 선발돼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대학 동문합창단 선배의 권유로 참여한 조정숙 씨(57)는 “퇴근 뒤 광화문에 나와 연습하는 것이 일상의 행복이 됐다. 아마추어 합창단이지만 때로 프로 못지않은 실력이 나와 서로 깜짝 놀라곤 한다”며 웃음 지었다. 1만∼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