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사장이 퇴진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다이어트에 나섰다. 수익이 나지 않는 브랜드를 정리하고 사업부 통합 등 조직효율화를 단행했다. 오너일가인 이 전 사장이 손을 뗀 만큼 매각설도 꾸준히 흘러 나오고 있다.
1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설립한 ‘네추럴나인’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네추럴라인은 최근 지난 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해산결의 및 청산인을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네추럴나인은 2012년 삼성물산과 YG가 손을 잡고 세운 회사다. 2014년 ‘K팝과 K패션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스트리트 의류 브랜드 ‘노나곤’을 출시했다. 그러나 통상 저렴한 가격으로 1020세대를 겨냥하는 스트리트 패션과는 달리, 높게 책정된 가격이 브랜드의 한계를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추럴나인을 정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군살빼기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6년에도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와 잡화브랜드 ‘라베노바’ 등을 정리했다.
오너 일가인 이 전 사장의 후임으로 사장급이 아닌 박철규 부사장이 패션부문을 맡게 된 것도 패션사업의 비중을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달 박 부사장이 패션부문장으로 이동하면서 남성복 1·2사업부가 하나로 통합되는 등 조직효율화도 꾀했다.
패션업계의 장기불황이 이어지고 있고 오너십 경영도 불가능해지면서 삼성이 패션사업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계속해서 나온다. 다만 매각을 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긴 어렵고, 팔기에도 덩치가 너무 커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란 판단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특히 이 전 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생각보다 성과가 나지 않아 ‘계륵’으로도 평가받는 SPA브랜드 ‘에잇세컨즈’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패션사업을 판다고 해도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사가려는 업체가 선뜻 나타나기가 힘들다”며 “매각에만 의의를 둔다면 쪼개 파는 방법도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인수 주체로는 유통가 큰 손이자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롯데그룹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현대백화점이 한섬을 통해 패션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롯데백화점도 시너지를 낼 만한 패션사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막상 롯데 측은 시큰둥하다. 롯데 관계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인수와 관련해선 들어본 일이 전혀 없다”며 “사업을 벌일 때 수익이 날 수 있는 사업인지를 철저히 따져보고 들어가는 편이라 인수를 고려하더라도 덥썩 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