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드는 퇴사 욕구. 이를 인공지능이 먼저 감지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자율주행차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인공지능의 영역 확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이제는 직원이 이직에 앞서 보이는 전조(前兆)를 감지해 직원의 이직을 예방하고, 입사 지원자와의 면접 내용을 분석해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는 인공지능 기술까지 등장했다. 외부 고객 대응뿐만 아니라 HR(인사관리) 같은 회사 내부 업무에까지 인공지능이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프론테오코리아(출처=IT동아)
입사지원자 서류 검토에서부터 비대면 면접까지… AI로 진화하는 채용
최근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류 평가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백화점, 마트, 정보통신 등 계열사의 신입 직원을 뽑을 때 인공지능을 활용해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한 후, 해당 인재의 직무와 기업 문화 적합도를 판단하고 있다. 또한 시중의 자기소개서들과 비교해 베꼈는지 여부도 확인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SK C&C에서 직접 인공지능 엔진 '에이브릴'을 개발해 신입사원 서류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면접까지 보는 기업도 있다. 건설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마이다스아이티는 언어 인식 기술 위주로 설계되고 있는 시중의 HR 인공지능과 달리 사물 인식과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한 HR 인공지능을 선보였다.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수집된 지원자들의 얼굴 표정과 음성의 높낮이 등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지원자들의 생각과 업무 적합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HR 전반으로 확산되는 AI, 직원들의 이직까지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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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공지능 개발사인 '하이어뷰(Hire Vue)'는 컴퓨터 비전 기술과 음성 인식 기술이 도입된 인공지능을 활용한 채용 면접 시스템을 개발해 상용화를 꾀하고 있다. 면접자의 얼굴 표정, 손짓, 음성 떨림, 대화 내용 등을 분석해 면접자가 해당 기업과 업무(Job)에 적합한 인재인지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내준다. 면접자의 미소, 찡그림, 눈동자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평가의 한 요소로 반영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채용 뿐만 아니라 이직 방지, 직무 배치 등 HR 전반으로 도입을 확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개발사인 ‘프론테오(FRONTEO)’의 인공지능 ‘키빗(KIBIT)’은 의료 전문 인력 파견업체 '소라스토(Solasto)'에서 직원들의 이직을 방지하는 일을 돕고 있다. 소라스토는 입사 후 1년 이내에 이탈하는 직원들이 많아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간 2,000건 이상의 면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사람이 모두 분석하다보니 업무 부담이 상당했고 실수로 놓치는 부분도 많았다.
키빗(출처=IT동아)
인공지능 도입 이후에는 ‘키빗(KIBIT)’이 과거 퇴사자들의 면담 기록 및 인사 담당자가 파악한 직원들의 발언 등을 토대로 새로운 면담기록을 분석해 이직 가능성이 높은 직원들을 파악해 알려주면, 인사담당자가 추가 면담, 직무 재배치 등을 통해 직원들을 관리한다. 이를 통해 이직률이 37%에서 16%로 절반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칸노 토오루 소라스토 데이터 분석 과장은 "인공지능이 단순히 특정 단어의 의미만 파악하는 것을 넘어 문맥 전체의 뜻을 이해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는데, 예를 들어 '불안'이라는 키워드가 문장 내에 없어도 전체 문장의 뉘앙스를 통해 직원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파악하면 이를 알려준다"며, "이렇게 직원들의 이상 징후를 미리 파악해 후속 조치를 취함으로써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람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파악해 의사결정 돕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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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수 인재란 무엇인지'와 같은 인공지능의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거나, 완벽하지 않은 알고리즘을 도입할 경우 오히려 우수 인재를 놓치는 등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