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에 부는 ‘코리안 드림’ 열풍 한국어 국정 교과서로 수업하고 대학교에선 한국학 단과대 설립 올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6183명… 한국행 유학생은 7000명 넘어
지난달 28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제35학교 초등 4학년 학생들이 한국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수줍은 탓인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넨 게 전부였지만 한국 동요는 정말 잘 불렀다. 타슈켄트=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초등생부터 대학생까지 한국어 ‘열공’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아이들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익숙한 멜로디에 맞춰 율동을 시작했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35학교 초등 4학년 한국어 수업 현장이다. 선생님이 책상이 그려진 한국어 낱말 카드를 들자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책상”이라고 소리쳤다. 옆 교실에서는 9학년(한국 고교 1학년) 학생들이 한국어 동사 변형을 배우고 있었다.
초중고교 통합학교인 35학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 교육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고려인 한국어 교사가 1990년 방과 후 한국어 수업을 연 게 시작이었다. 한국어는 2009년 정규과목이 됐다. 현재 전교생 1849명 중 809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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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초중고교생 및 대학생은 47개 학교 총 1만1400여 명에 이른다. 2015∼2017년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한국교육원이 함께 개발한 한국어 국정 교과서가 나오면서 한국어 채택 학교가 급증했다. 국정 교과서로만 수업을 해야 하는 이곳에서 외국어 교과서가 발간된 건 한국어가 영어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을 모델로 삼은 ‘젊은 나라’ 우즈베크
우즈베키스탄의 한국어 열풍은 한류만으론 설명되지 않았다. 3년 전 파견된 이순흠 한국교육원 부원장은 “이곳에선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 똑똑한 아이를 한국으로 유학 보낼 정도로 교육열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중국, 베트남, 몽골 다음으로 한국에 유학생을 많이 보낸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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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는 지한파 인사도 많다. 이 나라 국민교육부의 사르바르 바바코자예프 차관도 대표적 지한파다. 그는 2014년 이곳 정부와 인하대가 공동으로 설립한 타슈켄트-인하대 총장을 지냈다. 바바코자예프 차관은 “모든 초등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을 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약 2000달러로 한국의 15분의 1 수준이지만 인구(3300만 명)가 중앙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고, 평균 연령이 28.5세인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을 모델로 인적 자원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한류가 더해지면서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은 ‘이웃 나라’다. 올해 동방대에 입학한 소디코바 라노 씨(18·여)는 “어릴 적 드라마 ‘대장금’을 보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며 “나중에 한국 고려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타슈켄트로 돌아와 마케팅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은 ‘꿈’ 자체였다.
타슈켄트=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