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 논설위원
그런데 사실 5·18 희생자는 200여 명이며 최대한 많이 잡아도 600여 명이라는게 공식 통계다. 5·18 보상자 통계에 따르면 사망자 240명, 행방불명자 409명이 보상금을 신청했으며, 이 중 보상금이 인정된 경우는 사망자 154명, 행불자 70명이다.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 5·18 기념재단 등 4개 단체의 2005년 발표에 따르면 165명이 항쟁 당시 숨졌고, 행방불명이 65명이며, 상이 후 사망추정자가 37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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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사소한 일인 그 얘기를 꺼낸 것은 최근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가짜뉴스 대책 논란 때문이다. 5·18 사망자가 2000명이라는 방송내용도 가짜뉴스로 봐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언론보도는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더라도 흑백 이분법으로 가짜라고 규정해 단죄하는 게 온당하지 않은 특수한 성격을 지닌다.
가짜뉴스의 폐해는 전세계 누구나 공감하는 주제인데도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가짜뉴스 규제 드라이브가 별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현 집권세력이 자초한 원죄(原罪)다. 가짜뉴스가 지구촌 화두로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한국사회에선 광우병 괴담 같은 가짜뉴스들이 좌파 진영에서 끊임없이 생산돼 유포됐는데 진보진영 정치인들은 진위에는 침묵한 채 의도했든 아니든 그 효과만 누렸다.
심지어 19대 대선이 끝난지 1년 반이 넘은 지금도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2012년 18대 대선이 개표부정 선거였다는 주장이 횡행한다. 그런 내용의 영화를 제작해 지난해 개봉한 이는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의 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만약 18대 대선 개표 조작설에 집권여당도 같은 의견이라면 지금이라도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진실을 드러내자고 나서야 할텐데 조작설이 야기하는 보수정권의 정당성 침식 효과만 즐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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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이른바 ‘세월호 7시간’을 소재로 횡행하던 가짜뉴스들에 발끈해 사이버명예훼손 전담팀을 구성하고 고소고발 없이도 선제적으로 수사에 나서자고 주창했던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이 요즘은 가짜뉴스 문제에 오불관언하는 것도 이중적 태도다.
가짜뉴스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상업적 또는 이념적·정치적 목적에서 허위 조작 정보를 뉴스 형태로 만들어 퍼뜨리는 행위다. 2016년 미국 대선 때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뉴스인 “교황이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는 가짜뉴스의 진원지를 영국 BBC 방송이 추적한 결과 마케도니아의 소도시에 사는 10대들이 광고수익을 올리려고 짜깁기 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도 이미 가짜뉴스 주문 제작 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두번 째는 의도적으로 객관과 주관을 뒤섞고 팩트들을 교묘히 연결시켜 수용자의 머릿 속에서 진실과 정반대의 결론을 형성하게 하는 가짜뉴스다. 세 번째는 팩트 확인 부족이나 착오로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는 경우다.
이 셋 중 행정적·범사회적 차원의 대책은 첫 번째 가짜뉴스에 국한돼야 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당하는 입장에서 억울하고 속이 타도 언론중재위와 법원 판결, 그리고 언론사 내부의 데스킹 시스템과 수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걸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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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뉴스 대부분을 가짜뉴스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쏟아진 보도들 가운데 부정확하거나 치우친 게 있다고 해도 큰 방향이 사실과 반대 쪽을 향한 것은 아니다. 지금 여권에 불리한 뉴스들도 마찬가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망자가 2000명이라는 방송 내용처럼 일부 틀린 팩트가 있으면 제작자나 수용자의 상호관계에서 고쳐나가면 된다. 규제와 처벌 대상이 아니다. 정부 여당이 진정 가짜뉴스를 줄이고 싶으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가짜는 즐기면서 불리한 건 가짜뉴스로 비난하려는 습성부터 버려야 한다.
이기홍 논설위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