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3일 화요일 흐림. 사람들이. #289
John Coltrane and Johnny Hartman ‘They Say It's Wonderful’(1963년)
John Coltrane and Johnny Hartman ‘They Say It's Wonderful’(1963년)
가끔 이층버스를 탄다.
늦은 밤 귀갓길에 타는 이층버스는 좀 더 특별하다. 차가 서소문고가를 지날 때면 빌딩이 뿜는 조용한 불빛이 주는 편안함과, 고가 밑 도로를 내려다볼 때 아찔한 높이감이 주는 정서적 낙차가 어딘가로 날 데려간다. 서울이나 런던보다 더 가깝고 먼 곳으로.
어젯밤엔 비가 내렸다. 버스의 2층 좌석에 몸을 실은 뒤 색소포니스트 존 콜트레인(1926∼1967)과 보컬 조니 하트먼(1923∼1983)의 합작 음반(사진)을 재생했다. 매코이 타이너의 짧고 건축적인 피아노 전주에 따라오는 것. 그러니까 타이너의 연주가 작은 폭포를 만난 듯, 하트먼과 베이스의 저음으로 떨어지는 그 낙하의 순간에 언제나 그렇듯 가슴 한쪽에 전류가 흐른다. 첫 곡 ‘They Say It‘s Wonderful’.
스네어를 빗살 같은 브러시로 훑어내는 드럼 연주, 콜트레인의 끈적끈적한 색소폰 소리가 고막을 연다.
미국 작곡가 어빙 벌린(1888∼1989)이 뮤지컬 ‘애니여, 총을 잡아라’(1946년)에 수록하기 위해 지은 ‘They Say It’s Wonderful’은 프랭크 시내트라(1915∼1998)부터 세라 본(1924∼1990)까지 수많은 보컬이 재해석했다. ‘스파이더맨3’(2007년)에서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 MJ(커스틴 던스트)가 부르는 장면도 유명하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멋진 일이라고들 하지/너무도 멋지다고, 사람들은 말하지.’
그토록 염원하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데뷔 무대에 선 MJ는 기나긴 드레스 자락을 끌며 무대에 특설된 계단을 내려오면서 노래한다. ‘누가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도/책에서 읽은 건 아니야/확실한 건 사랑이란 멋진 거라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