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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매물 없애 중고차시장 불신 깨뜨릴것”

입력 | 2018-02-21 03:00:00

중고車거래 선진화 도전장… 이길용 동화엠파크 대표




이길용 동화엠파크 대표가 엠파크가 자체 보유한 성능 점검장에서 중고차 성능 보증을 위한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엠파크는 자체 성능 점검장뿐만 아니라 실시간 입출고 시스템 등을 통해 과거 중고차 시장에 쌓인 불신을 지워 중고차 시장 선진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직장인 유형균 씨(38)는 최근 중고차 구매를 위해 인천의 한 매매단지를 찾았다. 사전에 약속한 중고차 딜러 5명을 만났는데 그중 4명이 똑같은 말을 했다. “이 차는 교수님이 몰던 차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요.” 유 씨는 “네 번째 그 말을 들으니 솔직히 웃음이 났다. 근데 집에 와서 인터넷 카페 등을 찾아보니 내가 겪은 일은 그야말로 약과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위 매물, 차량 상태 조작 등 중고차 피해 사례가 넘쳐 나더라”고 전했다.

유 씨처럼 중고차 거래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는 사람은 적지 않다. 그만큼 중고차를 살 때는 속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싸여 있다. 기본적으로 구매자는 중고차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기 힘들다. 이 때문에 중고차 판매자는 사고 이력 등 안 좋은 정보를 감추고 파는 악습이 이어져 왔다.

“그동안 중고차 매매 단지는 소비자 중심이 아니었습니다. 이를 바꾸는 게 우리의 핵심 전략입니다.”

중고차 매매단지 동화엠파크의 이길용 대표는 최근 인천 서구 동화엠파크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동화엠파크는 중견기업인 동화기업을 주축으로 하는 동화그룹이 서구 염곡로에 세운 중고차 매매단지다. 동화그룹은 중고차 시장의 오랜 불신을 깨뜨리겠다며 동화엠파크로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동화엠파크는 2011년 4월 엠파크랜드를 시작으로 그해 7월 엠파크타워를 세웠다. 가장 최근인 2016년 10월 세워진 엠파크허브까지 총 3개 단지에 중고차 1만630대를 전시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중고차 시장 혁신을 위해 ‘소비자 중심’을 강조한다. 중고차를 사려다가 피해를 봤다는 소비자가 가장 많이 드는 사례는 허위 매물이다. 시세보다 저렴한 차를 인터넷 카페 등에 올려 구매 희망자를 끌어들인 후, 막상 가보면 ‘방금 팔렸다’며 다른 차 구매를 유도하는 식이다. 원래 사려던 차가 아닌 다른 차 구매를 꺼리자 딜러들이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피해 사례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엠파크에 한 번 입고된 차량은 시승이나 정비를 위해 단 1시간이라도 단지를 나가게 되면 곧바로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객은 내가 사려는 차량을 보러 가는 중에도 실물이 매매 단지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대표가 두 번째 혁신 전략으로 내세우는 것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성능 점검장이다. 중고차 판매를 위해서는 법적으로 성능 점검을 거쳐야 한다. 기존 중고차 매매단지 대다수는 외부 업체에 성능 점검을 맡긴다. 일부 단지들은 점검 업체가 차량의 문제를 감추고 증명서를 발급하도록 뒷거래를 하기도 한다. 엠파크는 단지에 입고되는 차량에 대한 성능 검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이에 대한 품질 보증을 해준다. 기본적으로 한 달 동안 2000km 내에서 성능을 보증한다. 이 대표는 “중고차 파는데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철저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엠파크도 다른 중고차 매매단지와 마찬가지로 중고차 상사들이 입점한 형태다. 엠파크가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시스템을 갖췄다 하더라도 입점 업체들로서는 과거 관행대로 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부당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강매 등 부당 행위를 반복하면 퇴출시키거나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제도를 갖추는 것과 동시에 중고차 딜러들이 올바른 직업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입점업체 딜러들과 함께 워크숍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여름철에 민소매 티셔츠나 반바지를 입지 말고 문신도 가리자고 뜻을 모았다. 고객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금물이다. 이 대표는 “고객이 불편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소한 것이라도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단지가 시스템을 갖추는 데 투자할수록 중고차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 대표는 “신뢰가 쌓이면 고객이 모이게 되고 입점 업체들은 더 많은 중고차를 팔게 된다.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엠파크의 매출은 250억 원 정도다. 전년보다 45% 이상 증가한 규모다. 동화마루 자연마루 등으로 잘 알려진 건축 자재 사업이 핵심이었던 동화그룹은 중고차 매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과거 동화기업 공장이 있던 곳 중 유휴 부지가 있어 사업 확장을 위한 여건은 충분하다. 이 대표는 “최근 중견기업과 대기업들이 엠파크와 같은 선진적인 중고차 매매단지 구축에 나선 것을 환영한다. 시장 선도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인천=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