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박물관 12월 8일까지 특별전 팔만대장경처럼 부처의 힘 의지해 침략 물리치려 한 왕실 바람 담겨
15일 동국대 박물관의 ‘나한―깨달음에 이른 수행자’ 특별전에서 처음 공개되는 오백나한도(왼쪽)와 십육나한도. 1235년 몽골 침략에 맞서 고려왕실이 제작한 희귀 불화다. 동국대 박물관 제공
정우택 동국대 박물관장은 “개인과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한 총 4점의 고려 나한도를 처음 공개한다”며 “특히 이 중 2점에서는 제작 연대와 경위가 기록된 화기(畵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4점 가운데 3점은 도상이 서로 다른 500명의 나한을 낱장에 각각 그린 오백나한도의 일부이며 나머지 한 점은 십육나한도다.
나한은 불법을 깨쳐 신통력을 지닌 수행자로, 불가에서는 일종의 수호신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이번에 공개될 오백나한도 한 점에서 “눈앞에 다가온 적을 속히 멸하시어 나라 안팎을 편안케 하소서. (중략) 을미년(1235년) 10월 대정(隊正·종9품 고려 무관) 김의인이 동량(棟梁·재정 조달 등 실무 책임)을 맡다”라는 기록이 확인됐다. 팔만대장경처럼 부처의 힘에 의지해 몽골군의 침략을 물리치려고 한 고려왕실의 간절한 바람이 읽힌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미국 호놀룰루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석가설법도’도 함께 선보인다. 석가여래를 가운데 놓고 좌우로 자리 잡은 보살, 제자들을 그린 이 그림은 16세기 중반에 그려진 대표적인 금선묘(金線描·금가루로 선을 그린 것) 불화다. 조선 전기 석가설법도는 불과 4점만 알려져 있다. 전시는 다음 달 8일까지. 02-2260-3722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