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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좌-극우로 가는 2030… 설자리 좁아지는 유럽 중도

입력 | 2017-10-18 03:00:00

젊은 유권자들 유럽 정치지형 바꿔




15일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승리를 이끈 31세 제바스티안 쿠르츠 국민당 대표를 비롯해 유럽 각국에서 30대 정치 지도자들이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정당 대표들이지만 유럽의 정치 지형을 바꿔놓고 있는 건 바로 20, 30대 유권자들이다. 그동안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 계열을 지지했던 청년 계층은 최근 들어 뚜렷하게 극좌와 극우로 몰리면서 기존 정당 몰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 “20년 만에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극우 성향의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29세 미만 유권자 표 중 거의 3분의 1을 가져갔다. 젊은 유권자들이 현 정치 상태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스트리아는 1970년대부터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이 거의 모든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중도 우파 국민당과 연정을 이뤄온 나라다. 거대한 두 정당의 대연정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는 도움이 됐지만 젊은층은 실업과 세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성 정당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극우 성향의 자유당은 2013년 총선에서 3위를 기록했지만 29세 미만에서는 1위를 차지하며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2015년 유럽 난민 위기는 젊은 유권자들의 기존 정당에 대한 반감에 기름을 부었다. 9만 명의 난민이 몰려오면서 일자리에 위협을 느낀 젊은층은 난민 문제를 풀지 못하는 기성 정당 대신 난민 통제를 외치는 자유당 같은 극우 정당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다.

자유당에 따라붙었던 친나치당이라는 과거 경력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자유당은 유럽연합(EU)과 외국인들에 대한 오스트리아 젊은층의 공포를 일깨웠다”고 분석했다. 5월 국민당 대표로 선출된 31세의 쿠르츠가 인기를 끈 것도 질긴 인연인 사민당과의 연정을 깨고 나와 적극적으로 반난민 정책을 펴면서부터다.

젊은층의 극단주의로의 표심 이동은 유럽 전역에서 사회민주 계열 정당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사회 정의와 평등 이데올로기를 지향한 사회민주 계열 정당의 주요 지지층이 젊은층이었기 때문이다.

5월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18∼24세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극단주의 후보에게 표를 줬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BVA의 크리스텔 크라플레 대표는 “고학력의 엘리트 청년들은 극좌로, 학력이 낮은 노동자 그룹은 극우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독일 총선에서 3위 돌풍을 일으킨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도 핵심 지지층이 40세 미만 청년들이다. 4년 전 총선에 비해 AfD의 득표율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연령층은 25∼39세. 사회학자 마티아스 쿠엔트는 “보다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민주당을 찍었던 동독 지역 젊은층이 AfD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층 지지 덕분에 독일 극우 정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국회로 진입했고, 오스트리아 극우 정당은 연정에 참여해 내각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이탈리아 극좌 정당은 집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소수 엘리트 중심의 기성 정당에 대한 반감의 결과가 극단적이고 편협한 민족주의와 무책임한 포퓰리즘 성향 정치인들의 주류 편입으로 나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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