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늬만 저출산을 위한 대책들
2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의 50개 세부 계획 항목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았다. 평가 항목은 ①저출산 해결과 관련이 거의 없는 과제 ②추진 방향 및 수단이 잘못돼 효과가 의심스러운 과제 ③예산, 인력 투입이 부족해 효과가 의심스러운 과제 ④추진 방향 및 예산과 인력 투입도 적절하지 못한 과제 등 4개 항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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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해부터 제3차 저출산 기본계획에 따라 50개 세부 항목을 실행하기 위한 정책들을 모두 진행하고 있다. 저출산 예산은 이 계획을 토대로 구성하게 되는데, 계획된 예산은 5년간 모두 108조4000억 원 수준. 2016년과 2017년에 예정된 예산은 각각 20조4000억 원, 21조7000억 원에 달했다.
○ “저출산 영향평가 도입해야”
게다가 각 부처가 관련성이 많지 않은 사업들에도 저출산 꼬리표를 붙여 예산을 타내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작 저출산 해결을 위해 시급하게 집행해야 할 정책이나 사업이 재원 부족으로 난항을 겪는 일이 적잖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선 정부가 부처별로 ‘저출산’ 정책을 모은 뒤 실효성을 따지지 않고 백화점 식으로 정책들을 나열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 주요 정책 및 법령에 ‘저출산 영향평가’ 항목을 넣는 방식 등을 통해 집중력 있게 저출산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출산 영향평가란 정부가 추진하는 법령개정 사항, 대규모 재정 투입 정책에 대해 저출산 극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의무적으로 확인하는 평가다. 일자리위원회가 도입하기로 한 고용영향평가와 유사한 방식이다.
정부는 1차 기본계획(2006∼2010년) 기간이던 2006년 저출산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며 저출산 영향평가 제도 도입을 추진했었다. 당시 정부는 국책연구원에 관련 보고서 작성을 맡기고, 여론 수렴 작업도 벌였다. 하지만 이내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부처 간 힘겨루기에서 저출산 대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밀린 결과였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저출산 영향평가를 하면 보건복지부가 다른 부처의 용역을 건드려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그 상황을 극복하기는 어려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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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전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 단장)은 “아무리 저출산이 사회문제라고 소리쳐 봐도 부처별, 국회 상임위별로 칸막이가 있어 정작 출산을 막는 제도가 생기기도 한다”며 “정부의 모든 역량을 저출산에 집중시킬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