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김용언 지음/236쪽·1만5000원·반비
숱한 여성 필자들 중에서도 저자가 주목하는 사람은 ‘전혜린’이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등의 에세이로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던 필자다. 김 씨는 그의 글쓰기가 ‘문학소녀’들의 감수성을 건드리는 것으로만 여겨져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음에 주목한다.
저자는 서구에 대한 전혜린의 ‘미성숙해 보이는’ 동경을 1950년대 한국 사회에서 교육받던 여성의 현실과 연결지어 분석하면서 의미를 찾는다. 같이 공부를 하는 입장이면서도 가사와 육아를 도맡아 하고 유학생 남편을 뒷바라지해야 했던 전혜린의 유학생활을 복원하면서 결코 남성과 평등할 수 없었던 여성 지식인의 고통을 짚는 부분은 양성평등이 화두인 21세기에 도드라지게 와닿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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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