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폐지 논란]평가대상 5곳 모두 재지정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이 28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외국어고와 자사고, 국제중 등 5개 학교 운영 성과를 재평가한 결과 모두 기준점을 넘어 재지정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중 재지정 평가에서 평가 대상 5곳이 모두 기준 점수를 넘어 재지정이 확정됐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관련법을 개정하는 방법으로 자사고와 외고를 근본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며 정부에 법 개정을 요청했다(본보 6월 15일자 A2면 참조).
시교육청은 자사고 3곳(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 외고 1곳(서울외고), 특성화중 1곳(영훈국제중)의 재평가 결과 5개 학교 모두 지정취소 기준 점수(60점)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2015년 실시된 본평가에서 ‘2년 지정취소 유예’ 처분을 받았던 5곳이 재평가를 통과하면서 2020년까지 기존 학교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오세목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 회장(중동고 교장)은 “학교와 교육과정 운영 등을 점검하는 평가를 모두 통과했다는 것은 자사고가 입시기관으로 전락한 게 아니라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자사고들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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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취임 직후부터 자사고 폐지를 추진해 왔고, 이번 재지정 평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시험대였지만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조 교육감은 “현재의 평가 방식을 통해서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불가능하며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일부 부실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행정행위와 자사고 폐지라는 제도 개선은 출발부터 다른 차원이라는 점을 다시 자각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자사고의 평가 기준은 6개 영역에 걸쳐 12개 항목으로 구분된다. 현행 평가 기준 중 하나인 ‘중장기 학교 발전 계획과 건학 이념의 구현’만 봐도 탈락시킬 만큼 나쁘게 작성하기 어렵다는 게 조 교육감의 판단이다. 어느 학교든 각자 교육철학에 맞춘 계획을 수립해놓고 있기 때문에 현행 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이 재지정 평가를 통한 방식이 한계를 드러냈다며 근본적인 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자사고 등의 폐지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특목고와 자사고의 설립 근거와 선발 시기 등이 규정돼 있다. 시교육청은 특목고 자사고의 설립 근거 조항을 삭제한 후 모든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신입생을 한꺼번에 일반고 학생으로 배정하거나 5년 주기 평가 시기가 도래했을 때 연차적으로 전환하는 방식 등을 제안했다.
자사고 등을 완전히 폐지하는 설립 근거 조항 삭제에 시간이 걸린다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반고와 특목고, 자사고의 선발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시교육청의 판단이다. 현재는 영재고 특목고 자사고 등이 일반고에 앞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불합격자도 일반고 지원 시에는 다른 학생들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이 때문에 우수 학생들이 일반고를 외면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게 조 교육감 등의 생각이다.
하지만 일반고 특목고 자사고가 동시에 선발을 진행하면 특목고 자사고 탈락 학생은 비선호 일반고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특목고 자사고 쏠림 현상이 줄어들 것으로 시교육청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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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방침이 확정되면 시행령 개정은 3, 4개월 정도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덕영 firedy@donga.com·노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