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럽 각국에서도 각종 선거 캠페인이 한창이다. 15일 네덜란드 총선을 필두로 다음 달 23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실시된다. 해외 언론에는 난민 수용과 유럽연합(EU) 탈퇴 논란만 부각되지만 국내에서는 경제와 일자리가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유럽 선거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4대 항목은 한국 대선에서도 논의될 수 있는 이슈들이다. 》
○ 국가 재정과 직결되는 은퇴 연령
VVD 마르크 뤼터 총리는 “은퇴 연령을 65세로 두면 연금 지급 등으로 120억 유로(약 14조7600억 원)의 예산이 더 들어가는데 이는 네덜란드 전체 초등 교육 예산보다 많은 금액”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현재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 자유당(PVV)은 이날 토론회에 불참했지만 은퇴 연령을 65세로 두는 것은 물론 퇴직자에게 연금 이외에 보조금을 더 주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다.
○ 주당 노동시간 32시간 vs 48시간
프랑스는 2002년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어든 이후 논란이 지속돼 왔다. 기업들은 초과 근무 수당 부담이 크다며 이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노조의 반대가 워낙 강했다. 지난해 개정된 노동법에서도 일요일 근무와 고용·해고 규제는 일부 완화됐지만 노동시간은 건드리지 못했다. 프랑스의 노동시간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후보는 공공 분야 주당 노동시간을 39시간으로 늘리고, 민간 분야는 유럽연합(EU)에서 설정한 상한선인 주당 48시간 내에서 자율적으로 노사가 타협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반면 사회당 내에서도 극좌 성향으로 불리는 브누아 아몽 후보는 기존 노동시간을 주당 32시간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 공무원 수의 적정 규모는
프랑스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6.1%에 달하는 국가 부채가 큰 고민이다. 이번 대선에서 신자유주의 ‘대처리즘’을 표방하고 나선 피용은 공무원 50만 명을 줄여 1000억 유로(약 123조 원)의 공공 지출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마크롱도 공공 지출을 줄이기 위해 12만 명의 공무원을 줄이고 부처 수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마크롱은 공공 지출에서 5년 동안 600억 유로(약 73조8000억 원)를 줄여 이 돈을 청년들의 취업·직업 교육에 써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공무원 수를 늘려 실업률을 낮추는 기존 방식이 아닌 직업 교육으로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르펜은 군인 5만 명, 경찰 1만5000명을 늘려 치안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고, 아몽도 교사를 4만 명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 부유세에서 법인세 인하로
그러나 사회당의 아몽은 일자리 대신 로봇을 쓰는 기업들에 로봇세를 신설해 도입하겠다고 주장했다. 로봇세 3000억 유로(약 369조 원)를 걷어 실업수당을 늘리고 나아가 모든 국민에게 최대 월 94만 원의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포퓰리즘 정당들은 세율을 낮추면서도 복지는 늘리겠다는 이념 초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네덜란드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르스는 소득세를 인하하겠다면서도 노인 지원금 인상과 치안 인력 증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신 그에 대한 재원을 얻기 위해 국제원조, 예술인 지원, 친환경 에너지 지원 등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했다. 프랑스 국민전선의 르펜 역시 법인세율을 중견기업은 24%, 중소기업은 15%로 낮추겠다면서도 저소득층에 추가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