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글로벌 점유율 10% 돌파
중국 업체 중 ‘맏형’으로 꼽히는 화웨이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역대 최고 성적표를 받았다. 2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화웨이는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10.2%까지 끌어올렸다. 중국 기업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0% 고지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프리미엄 시장까지 파고든 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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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성과로 이어졌다. 화웨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1억3900만 대를 팔아치웠다. 전년(1억700만 대) 대비 30%나 늘어난 수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3억900만 대, 애플의 2억1500만 대에 비하면 판매량이 적지만 성장세가 무섭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율은 0.6%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각각 1000만 대, 1600만 대가 줄어들었다.
화웨이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P9 및 P9플러스는 글로벌 출하량 1000만 대를 돌파했다. 중국 제조사의 프리미엄폰 중 ‘텐밀리언(1000만) 셀러’ 제품은 P9 시리즈가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화웨이 메이트 9 시리즈 역시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화웨이가 이른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성공 시대를 열고 있는 셈이다.
화웨이는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이 나눠 갖던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에서 모두 시장점유율 10%를 돌파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텃밭인 한국과 미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도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고 있다.
중국 내 후발 주자인 오포, 비보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둘은 중국 음향·영상 전문업체 부부가오(步步高·BBK)그룹을 모회사로 둔 형제 회사다. 오포는 50만 원대 중가형, 비보는 80만 원대 중고가형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생산하며 글로벌 시장을 나눠 공략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오포와 비보는 지난해 3분기(7∼9월) 화웨이와 샤오미를 제치고 1,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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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도약에 대해 아직은 삼성전자나 애플이 위협을 느낄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근거는 여전히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데 있다.
SA에 따르면 화웨이의 경우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대비 중국 내 판매량이 55%였다. 2013년 67%에서 12%포인트나 낮아졌지만 아직은 내수 의존도가 더 크다는 얘기다. 오포와 비보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심하다. 두 회사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중 중국 내 판매 비중이 각각 82%, 91%를 기록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 4, 5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중국 내 판매 증대로 인한 착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않는 이상 삼성전자, 애플의 양강 구도를 쉽게 깨지는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삼성-애플’의 양강 구도가 중국 업체들에 의해 와해될지는 결국 차세대 격전지로 꼽히는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올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이 무섭게 성장해 일본을 제치고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3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1, 2세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신흥시장을 효과적으로 방어해내지 못할 경우 글로벌 시장 순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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