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 좋은데 초대형 계약 발표 부담… 선수도 구단도 정확한 금액 공개 안 해 야구계 “옵션 포함하면 100억 넘어” 박석민-장원준도 100억이상이 정설… “어떤 선수는 구단서 세금 내줘” 소문도
지난달 29일 오후 프로야구 SK 구단이 이메일로 보도자료 하나를 보냈다.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중 한 명인 김광현(29)이 원소속 구단 SK에 남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메이저리그 진출과 SK 잔류 사이에서 고민하다 좀 더 맘 편하고 환경 좋은 고향 팀에 남기로 했단다.
그런데 4년간 85억 원이라는 계약 조건에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정말로?
일반인으로는 평생 만져보기 힘든 큰돈이다. 하지만 요즘 프로야구 FA 시장에서 이 금액은 톱5에 겨우 들어갈 수준이다. 최형우(33·외야수)는 삼성에서 KIA로 이적하면서 4년간 총액 100억 원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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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김광현의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조만간 정밀진단을 받는다고도 했다. 정리하자면 원래는 10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투수지만 팔꿈치 부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85억 원만 받기로 했다는 거다. 그런데 정말 그게 전부일까.
몇 해 전부터 한국 프로야구 FA 시장은 투명성을 잃었다. 구단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 관계자는 한 명도 없다. 최형우의 100억 원도 100억 원이 아니고, 김광현의 85억 원도 85억 원이 아니란 얘기다. 몇 해 전 FA 자격으로 팀을 옮긴 한 선수에 대해서는 구단이 세금을 대신 내줬다는 설이 파다했다. 발표 금액보다 20% 이상을 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광현의 경우엔 발표 금액에서 옵션이 제외돼 있다. 양측 모두 옵션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계약에 깊이 관여한 한 관계자는 “금액이 적은 편은 아니다. 구단으로선 선수 부상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선수에겐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결국 옵션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이리저리 따져보면 김광현의 계약 역시 100억 원이 넘는 걸로 볼 수 있다. 지난해 NC 박석민(4년간 96억 원)이나 2년 전 두산 장원준(4년간 84억 원) 등도 옵션 등을 더하면 100억 원이 넘는 계약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구단들이 정확한 금액을 감추는 이유는 현재 FA 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좋지 않은데 초대형 계약을 하는 건 구단에도, 선수에게도 부담이 된다. 수도권 구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간다면 몇 년 안에 문 닫겠다는 팀이 나오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시장을 만들어 놓은 건 다름 아닌 구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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