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조선사들 수주 불황-엔화 강세 이중고
극심한 수주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조선사들이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본 조선업체들의 어려움이 한국 조선업계에 반사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한국이 중국과 일본과의 조선업 경쟁에서 이기려면 결국 기술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수주 불황-엔고 ‘이중고’ 겪는 일본 조선업
한국 중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조선소들도 심각한 수주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엔화 강세의 직격탄까지 맞고 있다. 올해 초 달러당 120엔 안팎이던 엔화 가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 속에 강세를 보이며 달러당 102∼104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도 우리와 같이 ‘헤비테일’(선박 인도 시점에 계약액의 대부분을 받는 것) 방식으로 수주 계약을 맺었다”며 “엔화 가치가 높을 때 대금을 받으면 실질적인 인도 대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최근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 기술력이 경쟁력…핵심 기술 연구로 경쟁력 키워야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일본 조선소들이 겪는 ‘이중고’가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 가뭄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 조선소의 주요 고객이 일본 해운사여서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일본 조선소가 생산 규모를 줄이고 엔고가 지속되면 중국에 비해 품질 경쟁력이 우수한 한국 조선사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나 컨테이너선 등에서 일감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본 조선업계는 최근 비용 절감과 함께 기술력 강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아마바리조선, 오시마조선소, 나무라조선소 등 3사와 상선사업 부문에서 9월부터 제휴 협상을 하고 있다. 설계 공유와 선박 건조 위탁, 기술 제휴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 속에 지난달 31일 정부가 발표한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11조 원의 선박 발주로 조선소의 생존을 돕는 데 구조조정의 초점을 맞췄다.
조진만 조선해양플랜트글로벌핵심센터 교수는 “대형 조선 3사 모두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하지만 선언적인 의미에 그치고 있다”며 “정부 주도로 선박 엔진, 보일러 등 핵심 기자재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해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