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기수법 갈수록 교묘… 은행 대포통장 줄고 농협-수협 늘어
“저희가 드리는 사업자등록증으로 법인통장을 만들어 보내주시면 한 건당 7만 원을 드려요. 하루에 법인통장 3∼6개를 만들면 20만∼40만 원, 한 달이면 400만 원은 거뜬히 벌 수 있어요.”
최근 온라인 채용 사이트에 학력이나 자격증이 없어도 한 달에 400만 원의 수입을 보장한다는 채용 공고가 종종 올라온다. 이 중 상당수는 ‘대포통장’을 모집하기 위한 허위 구인 게시물이다.
금융감독원은 상반기(1∼6월)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국번 없이 1332)에 접수된 대포통장 관련 상담 내용(763건)을 분석한 결과 대포통장 공개모집이 328건(43.0%)으로 가장 많았다고 15일 밝혔다. 취업 사기가 225건(29.5%)으로 뒤를 이었다.
은행권 대포통장 발생 건수는 줄고 있지만 농협, 수협,신협 등 상호금융권에서는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의 ‘2016년 상반기 대포통장 발생 현황’에 따르면 상반기 대포통장 발생 건수는 2만1555건으로 지난해 하반기(2만2069건)보다 2.3% 줄었다. 은행권 대포통장 발생 건수가 지난해 하반기(7∼12월)보다 5.3% 감소한 반면 상호금융권역은 13.4% 증가했다.
계좌 개설 후 5일 이내 대포통장으로 이용되는 계좌는 전체 대포통장의 4.9%로 2015년(12.8%)보다 7.9%포인트 줄었다. 반면 계좌 개설 후 1년이 넘은 대포통장 계좌는 63.3%로 지난해(55.7%)보다 7.6%포인트 늘었다.
금융당국은 대포통장이 다량 발생한 농·수협은 중앙회를 통해 주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외국인 명의 통장의 대포통장 활용을 막기 위해 은행연합회에 대포통장 개설에 활용된 여권번호를 등록해 금융회사들이 공유하도록 할 계획이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