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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국적 한인 2세 ‘恨의 대물림’

입력 | 2016-08-15 03:00:00

[심층탐사기획/프리미엄 리포트/日帝 강제동원 ‘잊혀진 恨’]
사할린 거주 진순옥-순금 자매
정부, 징용 1세대만 국적 회복 “아버지 장례식에도 한국 못가”




평생을 무국적으로 살아온 사할린 한인 2세 진순금(왼쪽) 순옥 씨 자매. 유즈노사할린스크=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지난해 사할린 한인 1세대 영주 귀국 사업이 종료됐지만 아직 적지 않은 과제가 남아있다. 그중 하나가 한인 2세 중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무국적 한인’이다. 사할린의 무국적 한인은 2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북 군산 출신으로 작고한 진경호 씨가 사할린에서 낳은 딸인 순옥(65) 순금 씨(62) 자매가 그런 경우다.

“국적이 없어 아버지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어요.”

5일 사할린 유즈노사할린스크 자택에서 만난 순금 씨는 무국적 신분이 한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순금 씨의 아버지는 77세인 2000년 영주 귀국하면서 꿈에 그리던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한국 국적을 되찾았지만, 국적 회복은 1세대인 본인에게만 한정됐다.

진경호 씨가 2003년 세상을 떴지만 순금 씨는 사할린에서 슬픔을 달래야 했다. “저는 러시아 국적이 없어 장례식을 위해 한국에 가려면 비자를 따로 받아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못 갔죠.” 그나마 언니 순옥 씨가 한국에 들어가 있던 때라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아버지도 영주 귀국 전까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지 않았다. 순금 씨는 “언제나 고향 땅에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놓지 않던 아버지는 ‘러시아 국적을 받으면 한국에 못 간다. 너희는 언젠가는 나와 함께 한국에 갈 것’이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순금 씨는 “한인이라고 사할린에서 차별을 받지는 않았지만 무국적에서 오는 불편함은 적지 않았다”고 했다. 일정 거리(약 40km) 이상 떨어진 곳에 가려면 1주일 전에 미리 당국에 신고해 허가서를 지참해야 했다. 임시 거주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할린 한인 2, 3세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데 대체로 부정적이다. 무국적자를 포함한 사할린 한인이 대거 한국 국적을 획득하는 상황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사할린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2, 3세 상당수가 한국 국적을 취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국적 취득에 대한 자매의 생각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순금 씨는 “나는 한국인”이라면서도 “사할린에서 나고 자랐고, 자식들도 여기서 사는데 나보고 한국 국적을 주고 가서 살라고 한들 살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순옥 씨는 “나이가 들수록 한국에 가고 싶은 생각이 커진다”고 했다.

유즈노사할린스크=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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