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WSJ “클린턴, ‘마지막 유리 천장’ 깨는 데 여성이 변수”

입력 | 2016-07-28 18:31:00


민주당 전당대회 3일째인 27일(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55)의 찬조연설 직후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69)이 깜짝 등장해 포옹했다. 미 언론들은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에서 첫 여성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상징적 장면을 연출했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이 ‘마지막 유리 천장’(대통령)을 깨는 데 있어 여성 변수가 만만치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여성 유권자의 표심이 인종과 연령에 따라 엇갈린다. WSJ은 “NBC방송과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전체 여성 지지율에선 클린턴이 52%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37%)를 많이 앞서지만 35~49세 백인 여성에선 34% 대 51%로, 50¤64세 백인 여성에선 36% 대 54%로 큰 열세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에 대해 WSJ은 △최근 몇 십 년 간 미국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이 여러 분야에서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일부 여성들은 ‘첫 여성 대통령 탄생’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클린턴이란 인물에 대한 식상함도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클린턴이 태어난 1947년엔 여성 정치인은 연방 하원의원에 8명 밖에 없었다. 50명의 주지사도, 행정부 내 장관들도 전부 남자였다. 지금은 하원(총 435명)에 84명, 상원(총 435명)에 20명이 여성이다. 여성 평균소득의 경우 1960~1980년대 남성의 55~65% 수준이었지만 2014년 기준으로는 78.6%까지 따라 붙었다. 4년제 대학 졸업생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여성(32.7%)이 남성(32.3%)을 앞질렀다. 대졸 여성 10명 중 4명은 집안의 주된 수입원 역할을 맡고 있다.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1990년대 중반까지 1명도 없었지만 지난해 기준으론 24명이다. 53세의 한 여성 간호사는 WSJ에 “여자는 대통령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오로지 같은 여자란 이유만으로 (여자에게) 투표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미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클린턴이 ‘여성 카드’만으로는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성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다’는 대답은 95%가 넘는다. 문제는 ‘지도자(리더)는 주로 남자’라고 여기는 무의식”이라고 보도했다. 한 정치전문 매체도 “클린턴이 주장하는 페미니즘(남녀평등주의)도, 트럼프가 비난받는 섹시즘(성차별주의)도 대선의 결정적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다. 누가 ‘미국을 이끌 리더’로 더 인정받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