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광고 로드중
‘느림의 미학’을 그라운드에서 증명하고 있는 두산 유희관(30)이 모처럼 분노의 ‘강속구’를 온힘을 다해 던졌다. 그러나 그 표적은 포수 미트가 아닌 1루수 미트였다.
유희관은 21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3회까지 2실점을 기록했다. 그 사이 두산 타선은 1회 3점을 올리며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그러나 3-2로 앞선 4회 등판한 유희관은 안타 하나도 맞지 않고 동점을 내줬다.
삼성 첫 타자 백상원부터 상황이 꼬였다. 백상원이 때린 공은 좌중간에서 왼쪽 폴 방향으로 흘러 나갔다. 두산 좌익수 김재환은 휘어 날아오는 공이 떨어지는 지점에 정확히 자리를 잡았지만 공은 글러브에 맞고 튀어 나갔다. 순간 백상원은 2루까지 뛰었다. 무사 2루. 삼성은 최재원의 보내기 희생 번트와 이지영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올리며 3-3 동점에 성공했다.
광고 로드중
하지만 유희관은 자신의 평소 성격 그대로였다. 공수교대를 위해 야수들이 덕아웃으로 들어갔지만 가장 먼 좌익수 위치에서 뛰어온 김재환을 끝까지 기다렸고, 손을 마주쳤다. 어떤 말도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오간 눈빛만으로 실책한 야수와 점수를 허용한 투수는 그렇게 더 단단한 한 팀이 됐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