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원·정책사회부
표준안은 양성평등의 취지를 훼손했다는 지적 외에도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는 등 비과학적 주장들이 담겼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많은 사람이 모여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할 기회였지만 토론자 구성부터 아쉬움을 남겼다. 토론자 7명 중 한 명은 지난 총선에서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법’ 반대를 주장한 기독자유당 비례대표 후보였다. 그는 준비해 온 프레젠테이션 자료 48장 중 35장을 동성애와 에이즈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데 썼다. 표준안을 토대로 교사 지침서를 쓴 산부인과 의사도 있었다. 교육부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연 것인지, 비판받는 표준안 찬성 논리를 강화하려고 행사를 기획한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주최 측이 교사, 학부모의 의견을 듣기도 전에 표준안에 대한 학교의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점 이상이라고 발표한 것도 공청회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표준안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홈페이지에 올려 둔 표준안과 교육 자료를 임시 삭제했다. 학교 성교육이 공백 상태인데 표준안 만족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교육부는 논란이 된 표준안을 만들었지만 공청회는 여정연에 맡기고 손을 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9월쯤 수정 표준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의 행태로 볼 때 두 달 뒤 교육부가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장면을 보긴 쉽지 않을 듯하다.
노지원·정책사회부 z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