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방한, 빨라진 대선시계]
조숭호·정치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자신의 전날 관훈클럽 포럼 발언 보도에 대해 이런 취지의 해명을 했다고 그를 만난 인사들이 전했다.
반 총장과의 간담회였던 관훈클럽 포럼에는 17명의 중앙 언론 간부급 언론인이 참석했다. 입국이 늦어져 시간이 빠듯해지자 유엔 활동에 대한 모두발언에 이어 참석자들로부터 질문 15개를 한꺼번에 받은 뒤 일괄 답변하는 식으로 대화가 이뤄졌다.
반 총장의 외교관 시절 별명은 ‘기름장어’다. 언론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말 한마디라도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은 하지 않고 피했기에 붙은 별명이다. 그런 그가 ‘언론이 본뜻을 앞서 나가 보도하는 바람에 곤혹스럽다’며 언론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임기가 아직 7개월이나 남은 현직 유엔 사무총장의 처지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유엔본부에 돌아가 ‘한국 언론이 앞질러 보도했다’고 해명하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발언 전문(全文)이 인터넷에 떠 있지 않은가. ‘한국서 어떤 일 할지 임기 후 결심’, ‘반기문, 대선 출마 시사’라는 대부분 언론의 1면 제목은 반 총장 발언을 억지로 꿰맞춘 게 아니다.
반 총장은 지금까지 대선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유엔 사무총장 재임 중 마지막 고국 방문에서 ‘대선 출마 선언’ 얘기만 빼고 주목받는 대권 예비주자로 할 얘기는 거의 다 했다고 봐야 한다. 과잉 해석 언급은 오히려 고도의 언론 플레이처럼 느껴져 불쾌하다. 반 총장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지만 반 총장 측근들은 ‘반 총장 대선 출마 시사’라는 도하 신문의 1면 기사를 보고 내심 미소를 짓고 있는 건 아닐까.
제주=조숭호 정치부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