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경총회장 인터뷰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유연한 임금체계를 만드는 게 지금 재계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노동개혁”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63)은 22일 서울 마포구 경총 집무실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정부의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부 대기업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 “노동개혁 핵심은 유연한 임금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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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호봉제를 성과 연봉제로 바꾸는 게 지금 재계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노동개혁”이라고 설명했다. 임금을 깎으려는 꼼수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하면서 임금 총액을 깎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기업들은 거의 없다”며 “아마 (노조의 반대로) 시도조차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과가 높고 성실한 근로자가 높은 임금을 받고 태만한 근로자는 덜 받는 것이 공정하지 않느냐”며 “과연 기존의 호봉제가 합리적인 방식인지 근로자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이 노동개혁의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얼마 전 “근로자들이 수당 타내려 야근하고 연차도 안 쓴다”는 발언을 해 직장인 사이에서 이른바 ‘공공의 적’이 됐다. 이 발언에 대해서는 “모든 근로자가 아닌 일부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들의 노동 행태를 지적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체 노동자의 10.3%에 불과한 대기업 노조가 전체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일자리 나올 서비스업, 규제에 묶여 있어”
박 회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한국 제조업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새 일자리가 나올 곳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일부에선 고부가가치라는 단어를 물가 상승과 연결지어 극렬히 반대하고, 정치권도 이런 눈치를 보느라 서비스산업의 ‘고급화 전략’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며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교육·의료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서 고급화된 서비스를 원하고 있고, 국내에서 이를 충족하지 못한 이들은 결국 해외로 나간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국회에서 표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최대 69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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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정부가 각종 요금이나 수수료를 내리도록 기업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모든 경제 정책의 출발은 장사가 잘되게 하는 것인데 장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명백히 독점 이익을 누리는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업종에도 정부가 나서서 요금이나 수수료를 내리라고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민지 jmj@donga.com·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