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여왕’ 김세영이 2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와일드파이어 골프장에서 열린 LPGA투어 JTBC파운더스컵 최종 4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몰아치며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합계 27언더파를 친 김세영은 2001년 안니카 소렌스탐이 세운 72홀 최소타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우승트로피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김세영.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1. 폭발적 장타 2. 철저한 준비 3. 무한 긍정
이글 4개·버디 23개로 우승 이끈 장타력
연속보기 한 3R 경기직후 연습 또 연습
“어제의 실수가 오늘의 나를 더 단단하게”
김세영(23·미래에셋)에게 일어나고 있는 기적 같은 역전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어제 해가 질 때까지 연습하고, 오늘 새벽 6시 다시 골프장에 나와서 1시간반가량 연습했다. 어제 안 됐던 부분을 연습하면서 마지막 라운드를 준비했다.”
김세영의 가장 큰 무기는 폭발적인 장타다. 작년 드라이브 샷 평균거리는 263야드로 전체 10위였다. 이번 대회에선 장타력이 더 위력을 발휘했다. 공식 집계된 기록을 보면 4라운드에서만 평균 313야드, 대회 평균은 290.5 야드를 보냈다. 웬만한 남자선수 못지않은 기록이다. 김세영이 이번 대회에서 이글 4개와 버디를 23개나 뽑아낼 수 있었던 것도 폭발적인 장타 덕분이었다.
그러나 김세영의 무기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더 큰 무기를 갖고 있다. 바로 ‘철저한 준비’와 ‘무한 긍정’이다.
김세영은 작년 LPGA 진출을 위해 2014년부터 준비했다. LPGA로 진출하면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은 캐디를 일찍 섭외해 뒀고, 다양한 코스를 미리 경험했다. 영어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김세영은 2015년 LPGA투어에서 3승을 올렸고 한국에서 받지 못한 신인상까지 받았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어쩌면 철저한 준비에 의한 당연한 결과였다.
“코스는 내 마음가짐을 다 잡을 수 있는 수련장 같은 곳이다. 골프를 통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조금 더 확실하게 만들 수 있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도 김세영의 성장 동력이다. 김세영은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또 다른 목표를 가졌다.
우승 직후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은퇴)은 김세영에게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LPGA투어 72홀 최소타 기록(27언더파)과 타이를 이룬 김세영을 축하했다. 소렌스탐은 김세영이 마음속에 새겨 둔 전설 중 한 명이다.
“사실 이 대회에 출전하기 전에 소렌스탐에 대한 책을 읽었다. 전설들은 어떻게 그 위치에 올라갔는지 찾아봤다. 정말 남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나도 전설(소렌스탐)과 같은 선수가 돼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원했던 1승을 했으니 이제 3승을 더 하고 싶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남은 목표를 이뤘으면 좋겠다. 아니 이뤄내겠다. 그리고 올림픽에도 꼭 출전하겠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