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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포바 걸렸던 금지약물… ‘멜도늄’ 복용선수, 2016년 벌써 99명 적발

입력 | 2016-03-15 03:00:00


‘멜도늄’이 세계 스포츠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멜도늄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핑(약물을 써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행위)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도 힘든 이름이었다. 그러나 이제 스테로이드처럼 유명한 도핑 물질이 돼 가고 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따르면 올 1월 1일 금지약물로 분류된 이래 도핑 테스트에서 이 약물이 검출된 선수는 현재까지 99명에 달한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선수가 적발된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최근 도핑에 적발된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29·세계 랭킹 7위)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기본적으로 온몸 구석구석에 피가 잘 돌도록 도와주는 멜도늄은 옛 소련군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산소가 부족한 고지대에서 병사들이 원활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옛 소련 지역과 동유럽에서는 심장병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1년 동안 선수들의 멜도늄 복용 실태를 모니터링한 WADA는 “지난해 8300개의 샘플을 검사한 결과 2.2%가 멜도늄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만큼 선수들이 이 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지난해 9월 “2016년 1월 1일부터 금지약물로 분류한다”고 발표했다.

스테로이드는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쌓여 있지만 멜도늄에도 같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자료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이 약을 처음 만든 이바르스 칼빈시 박사(라트비아)는 “선수들에게 멜도늄을 금지한 건 ‘운동선수들은 건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라고 주장하는 반인륜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WADA는 “멜도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물론이고 유럽의약품청(EDA)에서도 승인받은 적이 없는 위험 물질이다”라며 “선수들이 건강 문제로 이 약이 꼭 필요했다면 치료목적사용면책(TUE)을 신청하면 되는데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