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1박 2일 독서캠프서 한 권씩 고른 책들을 보니…
25일 경기 파주출판도시 ‘지혜의 숲’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른 서울대생들. 이들은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키우고 싶은데 수업만으로는 갈증을 채울 수가 없다”며 책을 골랐다. 파주=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5일 오후 9시, 학생들은 각자 고른 책을 들고 조별로 고른 이유를 설명하고 책 내용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경제인의 종말’을 고른 차도형 씨(경영대학원)는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지만 끊임없이 불안해한다”고 입을 뗐다. 신자유주의를 풍자한 ‘어린 왕자의 귀환’을 고른 김지훈 씨(자유전공학부)가 말을 이어갔다.
“의미도 모른 채 마구 달려가는 게 지금 사회 모습인 것 같아요.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게 많고요. 10년 동안 미친 듯이 일해도 굶어죽지 않을 정도라면 그런 나라는 떠나야 하는 게 아닌가요?”
광고 로드중
이 책을 고른 이동우 씨(사회학과)는 “유전자 가위가 나오고, 혈액 검사로 암에 걸릴 확률을 분석하는 시대”라며 “우월한 유전자로 아이를 만드는 건 곧 다가올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원들이 여기저기서 얘기를 쏟아냈다.
“경제, 교육 분야에서도 불평등이 대물림되고 있는데 원하는 대로 유전자까지 고를 수 있게 되면 불평등이 더 심화될 수 있어요.”
“노력해도 안 되면 어떻게 하죠?”
“노력하는 자세 그 자체도 유전 아닐까요.”
광고 로드중
대중문화의 힘은 책에도 투영됐다. 김유경 씨(자유전공학부)는 소설 ‘자기만의 방’과 ‘시계태엽 오렌지’를 골랐다.
“좋아하는 가수 루시아가 ‘자기만의 방’을 읽고 똑같은 제목으로 앨범을 냈어요. ‘시계태엽 오렌지’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책이 원작이더라고요.”(김유경)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행성의 파도가 몰아치는 장면에 영향을 준 남극 탐험기 ‘인듀어런스’도 책 목록에 포함됐다.
플라톤이 쓴 ‘소피스테스’를 고른 학생은 “수업 때문에 일주일간 밤새워 읽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이런 책은 피하라는 뜻에서 골랐다”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광고 로드중
파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