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흠 前대사가 본 미얀마 총선
외교안보연구원장과 미얀마 대사(2005년)를 지낸 이주흠 전 원장(65·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사진)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미얀마 총선에 대해 “정권을 차지하는 것은 쉽지만 나라를 재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며 “미얀마가 ‘아랍의 봄’ 재판(再版)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내부 문제를 보다 정밀하게 들여다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군부가 지배하는 미얀마 사회를 “한국의 ‘박정희 시대’와는 질이 다른 신분사회”라고 했다. “군부 집권 기간이 반세기가 넘는 53년이나 되다 보니 조선시대 양반계급처럼 군이 세습은 물론이고 주택 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혜택을 누리고 있다. 국민들은 배고파 못살아도 군인들은 별도의 식량보급체계를 갖고 있어 굶어죽을 걱정이 없고 군 자녀들을 위한 학교도 따로 있다. 이번 총선은 민주주의 쟁취보다 신분사회 철폐의 성격이 크다.”
―가능하다고 보나.
“현재까지 정치의식이 높은 수도권 중심으로 개표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 미얀마의 경우 소수민족 기반인 정당이 40%나 되고 군부 지지 성향이 높은 농촌 기반 정당도 70%나 된다. 현재로서는 NLD가 제1당이 될 가능성은 높다. 문제는 내년 3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다. 알려졌다시피 수지 여사는 출마할 수 없다. 새로 개원하는 국회에서 상원, 하원, 군 원내단체가 추천한 후보 3명 중 한 명이 (간선) 대통령이 되는데 군 출신들끼리 경쟁하면 어부지리로 NLD 후보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어 유리해지겠지만 소수민족 정당들과도 연합해야 하는 등 문제가 복잡하다. 소수민족들은 수지 여사에 대해 비판적이다. 전 분야에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군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군과의 타협도 필수적이다. 수지 여사가 오늘(11일) 테인 세인 대통령과 육군참모총장, 국회의장 등 군부에 대화를 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지 여사는 “대통령 위에서 섭정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피력하고 있는데 가능한가.
“대통령이 될 수는 없으니 국회의장 같은 것을 하면서 개헌을 노릴 것이다. 개헌 역시 국회의원의 25%를 당연직으로 먹고(?) 들어가는 군부와 타협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수지 여사의 정치력이나 국정운영 능력이 검증된 게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수지 여사에게 비판적인 미얀마 국민들은 수지 여사가 오로지 자신의 집권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지 민생을 입에 올리거나 나라의 비전을 제시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지적하는데, 맞는 말이다. 또 수지 여사의 의사결정 과정이 독단적이고 후계자를 키우지 않는 처신도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