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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른바 사회지도층의 해외탈세 뿌리뽑아라

입력 | 2015-09-02 00:00:00


기획재정부와 법무부가 어제 정부 수립 후 처음으로 ‘미(未)신고 역외 소득 및 재산 자진신고 제도’를 10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실시한다는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내국인과 국내법인의 해외 소득이나 불법 외환거래 등에 대해 이 기간에 신고하고 세금을 내면 가산세와 과태료 없이 형사처벌 등을 면제받거나 경감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증세 논란과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박근혜 정부가 해외로 숨은 지하경제에 세금 납부 기회를 줌으로써 추가 세원(稅源)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역외 탈세 추징액이 2010년 5019억 원에서 지난해 1조2179억 원으로 늘었지만 적발된 탈세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영국 시민단체 조세정의네트워크에 따르면 1970∼2012년 상반기 조세피난처로 이전된 한국의 자산 누적 금액은 7790억 달러로 세계 3위였다. 2013년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 언론인협회는 한국인 대기업 관계자 등 24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페이퍼컴퍼니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자본의 해외 유출과 역외 탈세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 15개국은 역외 탈세 자진신고를 실시해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한국과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의 경우 지난해 이 제도를 통해 6억 호주달러(약 5000억 원)의 세수 증대 효과를 거뒀다. 정부는 이번 자진신고로 4조 원의 세원을 추가 발굴해 5000억 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부터 세계 52개국과 맺은 조세정보 자동교환협정이 발효되면 내국인들의 해외 금융정보가 우리 정부에 통보돼 세원 추적이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탈세는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선량한 국민들과 기업들에 부담을 전가하는 중대 범죄다. 정부는 기간 내 신고하지 않은 해외 은닉 소득과 재산은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엄정히 과세하고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임, 횡령이나 거액의 조직적 재산 은닉 같은 중대 범죄행위와 연관된 경우 과연 자진신고를 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적발이 어려운 해외 부동산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라는 정재계 인사들이 해외에 재산을 숨겨 놓고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반(反)자본주의 정서를 부추긴다. 정부는 말로만 조세정의를 외치는 데 그치지 말고 역내외를 막론하고 탈세를 끝까지 추적해 엄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