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왕조를 열었던 진갑용(오른쪽)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진 못했다. 그러나 물러설 때를 아는 모습을 보여줬다. 진갑용이 삼성 한국시리즈 4연패의 시작점이 된 2011년 우승 확정 직후 오승환(현 한신)과 환호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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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년 프로생활 은퇴하는 삼성 안방캡틴
6월 중순 2군 내려간 뒤부터 은퇴 계속 생각
2013년 한국시리즈 우승 가장 기억에 남아
“얼마나 좋노. 애들은 땡볕에 야구하는데 나는 앉아서 보면 되고.”
이런 게 19년 프로생활의 관록일까. ‘은퇴’라는 야구인생의 전환점 앞에서도 진갑용(41·삼성)은 변함없이 여유가 넘쳤다. 은퇴를 결심한 소감을 이야기하다 “이쯤에서 한 번 울면 좋은데 눈물이 안 난다”고 농담했고, 야구하는 아들의 반응을 묻자 “지금 워터파크에서 노느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를 것”이라고 장난쳤다. 심지어 자신의 은퇴 소식이 전해진 6일 오후, 하필이면 스마트폰이 물에 빠지는 사고까지 벌어졌단다. 그는 “전원을 켜 보니 100개가 넘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 것을 보고 그제야 내 은퇴가 발표됐다는 것을 알았다”며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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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로서 한국 야구에 큰 족적을 남긴 진갑용이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하던 7번 가운데 6번(끝내기 홈런이 나온 2002년 제외)이나 그가 안방에서 마지막 공을 받았다. 그는 “우승 순간은 다 비슷하게 기뻤지만, 두산에게 지는 줄 알았다가 극적으로 이긴 2013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환희의 순간도 물려줘야 한다. 그는 “난 수비에 치중하느라 공격에는 큰 비중을 두지 못했다. 후배들은 이제 공격 쪽에서도 더 욕심을 많이 내서 공수를 모두 잘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다치지 말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진갑용은 내년부터 선수 대신 지도자로 새롭게 출발한다. 그는 “올해를 마치면 해외 지도자 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1년과 일본 1년이 될 것 같다”며 “좋은 감독님들 가운데 포수 출신이 많이 계시지 않나. 포수 경험이 지도자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당장 전력분석원으로 투입돼 현장 공부를 한다.
진갑용은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면서 다시 한번 좌중을 웃겼다. “선발투수 (장)원삼이에게 사인 내면 어쩌지.”
삼성 진갑용. 스포츠동아DB
● 삼성 진갑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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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교=부산 하단초∼초량중∼부산고∼고려대
▲키·몸무게=182cm·90kg(우투우타)
▲프로경력=1997년 OB 신인 2차 1번(전체 1순위) 입단∼1999년 7월 31일 삼성 이적(투수 이상훈과 트레이드)
▲2015년 연봉=2억5000만원
▲수상 및 특기사항=7회 한국시리즈 우승(삼성)
▲포수 골든글러브 3회 수상, 한국시리즈 10회 출전, 올스타전 10회 출전
▲국가대표 경력=1998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6·2012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포항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