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철도센터 내 특설링.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68)가 붉은색 가운과 반바지 차림으로 권투 글러브를 휘두르며 등장했다. 이내 가운을 벗어던지고 웃통을 드러내며 연신 주먹을 뻗었다. 전 세계권투협회(WBA) 헤비급 세계 챔피언인 흑인 복싱 스타 에반더 홀리필드(53)와 시각장애인 돕기 자선 복싱 경기에 나서기 위한 것이다.
팝송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난 살아남을 거야)’를 배경 음악으로 호기롭게 등장한 롬니 전 주지사는 1회가 시작되자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탄탄한 몸매와 빠른 발놀림을 선보여 객석을 열광시켰다. 종종 잽을 던졌고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맞선 홀리필드는 가벼운 주먹에 주저앉는 ‘할리우드 액션’을 선보이는 등 여유를 보였다. 팽팽할 것 같았던 경기는 2회로 들어서자 롬니 전 주지사의 발걸음이 급격히 무거워졌고 일일 트레이너로 등장한 아내 앤 롬니 여사가 기권을 뜻하는 흰 수건을 던지면서 싱겁게 끝났다.
경기 후 롬니 전 주지사는 “홀리필드가 내 벨트 위로만 주먹을 날렸다는 게 다행이다. 정치에서는 (그런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이날 경기로 100만 달러(약 10억9000만 원)를 모금했다. 모금액은 전액 개발도상국 시각장애인 수술을 후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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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