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
하지만 지금은 저개발국에 쓰기 적합한 값싼 콜레라 백신이 개발돼 있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IVI와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한국 정부 등이 협력한 결과다.
IVI는 백신 개발에서 중요한 틈(gap)을 메우는 역할을 했다. 백신 산업에는 다른 첨단 산업처럼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이 있다. 아이디어가 좋아도 투자에 뒤따르는 위험이나 비용이 높으면 이 계곡을 건널 수 없다. IVI는 이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됐다.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값싼 백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게이츠 재단은 재정 지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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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콜레라 백신의 상업화는 바로 효과를 내고 있다. 최근 말라위에서는 홍수로 30만 명이 이재민 캠프에서 생활하고 있어 콜레라가 대규모로 발생했다(2010년 아이티와 2013년 남수단에서는 콜레라로 1만여 명이 희생됐다). 콜레라 창궐에 대비하기 위해 말라위 정부, IVI, 한국 정부, 기아자동차, 세계보건기구 등이 함께 10만여 명에게 예방 접종을 했다. LG전자 후원으로 에티오피아에서도 백신을 주사했고 대지진이 일어난 네팔에서도 접종이 추진되고 있다.
실험실 연구가 주요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는 직접적인 효과를 내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백신제품 상용화에 성공한 비영리기관은 IVI를 포함해 단 2곳뿐이다. 이는 생명공학과 백신 연구에 대한 정부 투자의 가치가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과 스웨덴, 게이츠 재단 지원으로 IVI 같은 기구들은 21세기 지식기반 산업과 세계 보건 사이의 틈을 채운다. 이야말로 한국이 이루고자 하는 창조경제의 사례가 아닐까.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