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그날, 직업-기업윤리와 정부 위기 대응 능력 함께 침몰 또 특별법 갈등으로 날 새면서 안전사회 희망도 가라앉아 새 출발하는 한국號… 범죄 입증-엄벌만큼 중요한 건 유능한 정치와 신뢰라는 사회의 평형수를 채우는 일이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세월호 참사를 아파하고, 진실과 정의가 바로 선 나라를 열망하는 사람들일 게다. 진상규명은 거짓, 은폐, 조작을 일삼는 악당을 상정한다. 가라앉은 세월호는 범죄를 규명할 단서다. 현수막 하나하나가 불신과 증오의 발신기다. 당연히 진실, 정의, 양심의 횃불일 수도 있고 공동체를 지탱하는 주요 기둥인 사법기관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태우는 방화일 수도 있다. 관건은 불신과 증오의 합리성이다. 그래서 묻는다. 그토록 간절하게 규명하고자 하는 진상, 진실은 어떤 것인가?
작년 10월 6일 검찰의 수사 발표(399명 입건, 154명 구속)가, 다음 날은 ‘가족대책위원회’ 명의 6개항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두 발표를 종합하면, 참사와 관련된 수십 개의 직간접적 인과 고리가 다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사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직접적, 범죄적 인과 고리는 다 밝혀진 것처럼 보인다. 가족대책위의 의혹 및 문제 제기도, ‘대각도 변침’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구조 실패 책임을 현장 지휘관에게만 물은 것 등이다. 평소 그렇게 매섭게 정부를 질타하던 야당 의원들의 질책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큰 오류, 누락, 은폐를 범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 국회의원, 고위 관료, 공공부문 등 상층과 중추부는 잿밥이 너무 커서 염불(직업적 소명과 실력)을 잊게 되어 있다. 4·16 당시의 정부 무능의 뿌리다. 사생결단의 권좌 다툼, 공공부문의 청년인재 블랙홀화의 뿌리이기도 하고. 반면에 중하층은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낮은 보상으로 직업윤리와 직업적 소명을 잊게 되어 있다. 4·16 당시의 비열, 비겁의 뿌리다. 상위 10%(400만 명)가 소득의 50%를 차지하는 마당에 대다수 국민들의 형편과 기분이 어떻겠는가? 더 심각한 것은 10%의 면면이다. 글로벌 경쟁의 승자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권력(규제), 독과점, 노조, 부동산이 만들어낸 과도한 초과이윤 내지 불로소득을 깔고 있다. 지불 능력을 납세자, 소비자나 을, 병, 정을 쥐어짜서 만들어 낸다. 노조나 협회는 이들 갑 혹은 성안 사람의 전유물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은 직무에 상응하는 근로조건의 표준 개념이 없다. 5000만 국민이 어떻게 사는지 모르니, 자기들의 요구 수준과 책임(패악)도 모른다. 그 결과가 세계 최악의 임금 격차와 소득 집중이다. 당연히 교육시험 경쟁의 본질은 노동의 질(실력)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불로소득(렌트) 많은 성안 진입 경쟁이다. 대부분은 패자(루저)가 된다.
세월호 참사로 가라앉은 것은 꽃다운 생명만이 아니다. 직업·기업윤리와 정부의 위기 대응 실력도 가라앉았다. 대통령의 7시간과 특별법 갈등으로 막장극을 벌인 몇 개월 뒤에는, 4·16 참사를 계기로 더 좋은 나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 희망도 가라앉았다. 범죄 혐의를 밝혀 엄벌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유능한 정치와 신뢰라는 사회의 평형수를 채우는 것이다. 특히 많은 사람이 직업윤리와 직업적 소명을 높이 받들도록 제도와 정책을 바꾸는 것이다. 인양이 필요한 것은 세월호만이 아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