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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영란법’ 민간기업은 대상에서 빼고 가족범위 줄여야

입력 | 2015-01-10 03:00:00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 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2011년 6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한 법안으로 공무원 등이 1회 100만 원이 넘거나 연간 합계 3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경우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형사 처벌하도록 했다. 공무원의 수뢰는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형법의 한계를 보완했다. 국회 법사위원회가 반대하지 않으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공직자 부패 방지’라는 이 법의 취지에 따라 공무원과 공공기관 구성원, 국공립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국회가 사립학교와 언론사까지 끌어들이면서 적용 대상이 전 국민의 40%에 이르게 되어 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커졌다. 사립학교만 해도 정부의 교육예산이 투입되고 있어 해당 교직원들을 국공립학교처럼 취급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KBS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민간기업인 언론사를 규제 대상에 넣은 것은 공직자 부패 방지라는 법의 방향과 거리가 멀다. 이런 식이라면 금융기관, 방산업체, 운수업체 등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지 못할 분야가 없다.

공무원들이 가족을 통해 우회적으로 금품을 수수할 경우에 대비해 민법상의 가족 전체를 규제 대상으로 한 것도 문제가 있다. 배우자 부모 자녀 형제자매는 물론이고 배우자의 부모,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포함한다. 공무원 등 당사자 약 180만 명에 가족을 1인당 10명 정도로 계산하면 1800만 명이 대상이다. 가족의 개념을 민법보다 대폭 축소하지 않으면 과잉 규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75개국 중 43위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다. 세월호 참사는 감독기관의 투명성이 높았다면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는 사고였다. 김영란법은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지만 우리 현실에선 국가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법의 통과를 위해서도 법사위가 해당 조항을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