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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스러움… 5000만 국민이 만든 ‘착함’

입력 | 2015-01-08 03:00:00

50년 장수제품 박카스의 광고전략… 정유석-이주훈 디렉터가 말하는 성공비결




2014년 동아제약 박카스는 ‘대한민국에서 ○○○(으)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총 5편의 광고를 내보냈다. 사진은 ‘스마트폰 편’ 스틸 컷. 스마트폰 입장에서 바쁜 현대인의 일상을 조명해 큰 화제를 모았다. 제일기획 제공

50년 장수제품 박카스는 15년 전 ‘젊음, 지킬 것은 지킨다’ 광고가 크게 성공하면서 ‘착한 광고의 효시’가 됐다. 그 후 박카스는 ‘5000만 국민이 전부 광고주’라는 말을 듣는 상품이 됐다. 그리고 2014년. ‘대한민국에서 ○○○으로 산다는 것’ 캠페인으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물론 매출도 상승했다. 총 다섯 개의 TV CF가 전파를 탔다. 첫 편은 주유소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젊은이에게 오토바이를 타고 온 노신사가 박카스를 건네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알바생으로 산다는 것’이 제목이었다. 이어서 방영된 ‘대한민국에서 남자친구로 산다는 것’, ‘대한민국에서 학부형으로 산다는 것’ 등 두 편은 재치 있는 현실 묘사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여름에 선보인 ‘대한민국에서 불효자로 산다는 것’ 편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면서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다. 가장 최근에 나온 ‘대한민국에서 스마트폰으로 산다는 것’은 독특한 발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폰의 입장에서 바쁜 현대인의 삶을 바라보는 스토리였다. 놀라운 건 총 5편의 광고 중 ‘알바생’ 편과 ‘스마트폰’ 편을 제외한 세 개는 소비자가 직접 기획하고 촬영해 보내온 작품들이었다는 점이다. 수년 전부터 동아제약 박카스 광고를 제작하고 있는 정유석 제일기획 캠페인 디렉터와 이주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났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68호에 실린 인터뷰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국민광고’라는 말을 듣는 박카스 광고를 만드는 게 힘들 것 같다.

이주훈 디렉터(이하 이):
맞다. 그래서 광고인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박카스 광고주는 5000만 국민’이라고 한다. 어차피 한 번도 안 마셔본 분이 거의 없는 음료다. 박카스와 관련해 나름의 추억을 가진 국민도 많다. 세대를 넘나든다. 더군다나 10여 년 전 ‘지킬 것은 지킨다’가 크게 히트한 이후 ‘올바름’ ‘유머’ 등이 적절하게 섞인 공익성 짙은 광고가 계속 나왔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나는 파격을 시도하기는 힘들다. ‘올바름’ 같은 가치를 버릴 수 없다. 재치나 유머로 지나치게 몰아가면 소비자들로부터 한마디씩 듣게 돼 있는 상황이다. 워낙 대체재가 많은 상품이다 보니 ‘삐끗’하면 큰일 난다. 이미지를 유지하고 브랜드를 계속 젊고 새롭게 리뉴얼하면서 성장을 이어가야 하는데, 그런 점 하나하나가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국민들이 박카스 광고를 보는 ‘긍정적 기대감’이라는 게 있다. 굉장히 부담스럽다. 그런데 사실 이게 또 굉장한 브랜드 자산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

―박카스의 브랜드 자산을 활용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이: 모두가 아는 브랜드, 심지어 ‘올바른 젊음’이라는 이미지도 확고한 제품이고 과거에 성공한 광고도 많았기 때문에 ‘박카스스러움’이라는 게 만들어졌다. 광고인들 사이에서는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인 ‘-ness’를 붙여 보통 이걸 ‘박카스니스’라고 부른다. 다른 광고를 보다가도 ‘저건 좀 박카스스럽다’라고 얘기하는 그런 게 있다. 적절한 유머와 적절한 재치, 적절한 올바름이 섞여 있을 때 그걸 ‘박카스니스’라고 규정하는 거다. 이렇게 일종의 표준이자 기준이 있는 제품이다. 그럼 광고를 만드는 입장에서 그저 답답해질까? 그렇지 않다. 새로 나온 제품이나 브랜드를 광고할 때에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제약이 많다. 제품의 속성을 보여주거나,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필수적으로 보여줘야 할 내용들을 광고해야 한다. 광고 기획 과정에서 제작팀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된다. 굳이 비유하자면 기껏해야 ‘놀이터 크기’의 공간이 제공된다. 그런데 박카스에는 ‘운동장’이 제공된다. ‘박카스니스’라는 전 국민이 다 아는 브랜드 이미지 덕분에 넓은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이런저런 방법과 스토리로 기발하고 재미있는 광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박카스 29초 영화제’ 수상작이 그대로 전파를 타는 게 가능한 것도 ‘박카스니스’가 소비자들에게 공유돼 있기 때문인가.


정유석 디렉터(이하 정): 그렇다. 새로운 제품들은 사실 전하는 메시지가 아주 ‘뾰족’하다. 제품의 특·장점도 담아야 하고 많은 걸 설명해야 한다.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 하지만 박카스는 오래된 브랜드고 이미지 자체도 건강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박카스스러운 것’이 뭔지를 알고 있다. 우리처럼 ‘박카스니스’라는 단어는 안 쓰지만 그 내용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적절한 유머와 재치 있는 스토리, 반전, 적절한 공익성, 올바름을 녹여내서 온다. 그러니까 앞뒤에 로고 넣는 수준으로만 편집해서 그대로 틀어도 되는 거다.

―위로와 격려가 넘쳐나는 시대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감은 어떻게 극복하나.

이: 항상 걱정하는 부분이다. 동어 반복을 피하고 좀 더 유머 코드를 많이 넣는 방식으로 박카스 광고를 변화시켜 왔다. 바뀐 플랫폼, 변화한 사람들의 미디어 활용 행태 등과 시대 트렌드를 계속 반영해 조금씩 바꿔 간다. 그런데 반드시 ‘올바른 젊음’이라는 가치는 지켜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이 느껴진다. 웹과 모바일 동영상 콘텐츠의 70% 이상이 ‘유머 코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박카스 광고에서도 이를 강화했지만, ‘착함’은 유지했다. 물론 지금 시대에는 착하기만 해야지 절대 ‘꼰대’가 돼선 안 된다. 가르치려 드는 순간 소비자는 외면한다. 이 원칙들을 지켜 나가면 계속되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에도 소비자들은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본다.

―수년 전부터 ‘에너지 음료’라는 새로운 경쟁 상대를 만났다. 앞으로의 마케팅 전략은….

정: 에너지 음료가 사실 구성 성분은 비슷해도 브랜드가 던지는 메시지는 좀 다르다. 포지셔닝도 다르다. ‘우린 세다’, ‘카페인과 타우린이 많아서 진짜 힘이 난다’는 식이다. 확실히 ‘젊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다행스럽게도 박카스 역시 ‘젊음’ 콘셉트를 잘 유지해 크게 밀리진 않고 있다. 외국계 에너지 음료들이 ‘극한 스포츠’ ‘밤샘’ ‘파티’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박카스는 ‘일상’ ‘피곤한 삶 속에서의 휴식’이라는 느낌이 잘 잡혀 있다. 그래서 에너지 음료든 비타민 음료든 어떤 경쟁자와 만나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누군가가 ‘오늘 밤새워 공부해야지’ 혹은 ‘오늘 밤새워 놀아야지’ 할 때 에너지 음료를 찾고, 삶에 지쳐서 편의점을 찾았을 때 혹은 짜증이 올라올 땐 박카스를 집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에 우리의 경쟁전략, 브랜드 콘셉트의 정답이 있는 것 같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