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박모 씨는 34세였던 2011년 신분을 재력가의 딸이자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의사라고 속여 남편과 결혼했다. 박 씨는 결혼하자마자 남편 차부터 외제차로 바꿔주었고 병원에선 명찰이 달린 의사 가운을 입고 다녔다. 둘 사이에 딸이 태어났다. 완벽해 보이던 가족의 삶은 어느 날 박 씨가 갓난쟁이 딸과 함께 실종되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실종된 아내를 추적하던 남편은 아내의 모든 삶이 거짓임을 발견한다. 결혼식 하객은 물론이고 결혼식에 왔던 신부 부모도 아내가 돈을 주고 쓴 대역이었다. 서울대 학력과 서울대병원 의사라는 경력도 거짓이었다. 더 기막힌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나가 올케인 박 씨에게 5억 원이나 되는 돈을 채권투자금으로 건넸다는 사실이었다. 가사도우미, 아파트 경비원 등 주변에서 돈을 떼인 사람이 8명이나 됐다. 박 씨는 돌려막기로 지탱하던 사기극이 한계에 도달하자 ‘화차’의 여주인공처럼 잠적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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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