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각각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인터스텔라’와 tvN 드라마 ‘미생’(아래)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닮은 점을 찾을 수 있다. 사랑에 빠진 남녀주인공이 없는 대신 자신의 위치를 치열하게 지키려는 자들이 있다. 무엇보다 가족애, 동료애 등 사람의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그려냈다.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CJ E&M
■ 전혀 다른 두 작품의 공통점은?
로맨스 비중 줄여 고정관념 깨트려
무역·과학 ‘전문직’의 등장도 유사
사람과 사람 사이 ‘휴머니즘’ 어필
그야말로 ‘마성의 매력’이다.
두 작품은 제작된 나라도, 장르도, 이야기도 겹치지 않지만 그 내면을 채우는 핵심은 닮았다. 같은 시기 대중을 사로잡는 데는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 안티 로맨스
‘인터스텔라’와 ‘미생’에는 남녀주인공의 멜로가 없다. 마치 ‘식상한 멜로는 거부한다’는 선언 같다. 익숙함이 흥행을 보장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제작진의 결단은 결국 대중과 통했다.
‘인터스텔라’의 앤 해세웨이는 “여배우는 액션영화에서까지 로맨스를 연기해야 하지만 이번엔 남녀가 사랑하는 설정이 없어 좋았다”고 했다. ‘미생’의 강소라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대개의 드라마 구성이 기, 승, 전 그리고 연애로 끝나지만 ‘미생’은 연애보다 직장과 일의 비중이 높아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안티 로맨스’ 설정은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열띤 토론도 가능하단 뜻이다. ‘미생’에서 안영이(강소라)는 장그래(임시완)를 좋아하는지, ‘인터스텔라’의 쿠퍼(매튜 맥커너히)와 브랜드(앤 해서웨이)는 신뢰를 넘어 사랑을 싹틔웠는지 ‘답’은 각자 판단에 달렸다.
● 집요한 프로페셔널
‘인터스텔라’에도 집요한 과학자들이 나온다. 인류 구원이란 사명감으로 목숨을 건 길에 나선 이들은 희생을 마다지 않는다. 좀처럼 포기할 줄도 모른다. 우주정거장이 박살나는 순간에도 탁월한 직업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쿠퍼나, 모두 반대하는 사업을 밀어붙이는 오과장(이성민)은 프로페셔널의 전형이다.
● 결국은 휴머니즘
‘미생’과 ‘인터스텔라’의 궁극적인 지향은 휴머니즘이다.
쿠퍼가 우주로 향한 이유도, 오과장이 만취해 변기를 붙잡고 속을 게워내는 이유도 모두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아버지의 책임감 때문이다. 더불어 이들에겐 동료를 이끌어야 할 리더로서 책임도 지니고 있다. 결국 두 작품의 눈은 모두 사람을 향해 있다.
‘인터스텔라’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우주를 배경으로 택한 건 “의도적인 선택이었다”고 했다. 정작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미생’ 역시 직장을 약육강식의 세계로 그리지만 그 조직을 움직이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이란 점을 주인공 장그래의 성장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