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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방형남]인공기와 미녀 응원단

입력 | 2014-09-13 03:00:00


어제 대부분의 조간신문들은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북한 선발대 94명의 도착 사진을 1면에 게재했다. 버스에 탄 북한 여자 선수들은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화기애애해 보이지만 실제 인천국제공항의 분위기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듯했다. 경찰은 통제선을 설치해 북한 선수단과 취재진의 접촉을 차단했다. 2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은 입국 소감조차 물어보지 못하고 멀리서 사진만 찍었다.

▷북한 인공기 게양을 둘러싼 논란도 개운치 않다. 대검 공안부는 “경기장 내부와 선수촌 등에서 제한적으로 인공기 게양을 허용하되, 경기장 인근이라도 거리에서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도심에 인공기가 게양됐다가 보수단체의 반발로 내려졌다. 대회 관련 건물에 참가국 모두의 국기를 게양하면서 북한 것만 빼는 것도 국제관례에 비추어 부자연스럽다.

▷우리도 그렇지만 북한은 태극기에 대해 더 예민하다. 북한이 남북분단 이후 태극기 게양을 허용한 것은 2013년 9월 평양에서 열린 ‘아시안컵 및 아시아 클럽역도선수권대회’가 유일하다. 2008년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0 남아공 월드컵 축구 아시아 예선 남북한전’은 북한의 반대로 중국에서 진행됐다. 북한은 수만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연주되는 것을 거부했다. 그렇다고 열린 국가인 우리마저 12년 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의 방침에서 한발도 나가지 않는다면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인천대회 열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아서 조직위원회가 가슴을 태우고 있다. 정부가 대범하게 북한 응원단의 참가를 이끌어냈다면 분위기가 달라졌고 대회의 흥행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우리는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대회까지 개최한 경험을 발휘해 북한의 참가를 남북관계 해빙의 기회로 만들 필요가 있다. 모처럼 남한에 온 북한 선수단을 너그럽게 끌어안음으로써 자유대한의 발전상을 보여준다면 대회의 성공은 물론이거니와 체제 홍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