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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자존심 무대에 함께 서는 자체가 영광이죠”

입력 | 2014-07-22 03:00:00

바이로이트 축제 ‘방황하는…’서 주역맡은 사무엘 윤-연광철




매년 7∼8월 독일에서 열리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독일 작곡가 바그너(1813∼1883)의 오페라 작품만을 공연하는 오페라 축제다. ‘바그너 음악의 총본산’이라고 불린다. 해마다 바그너 팬 5만여 명이 축제에 몰려든다.

올해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선 한국인 성악가 베이스 연광철(49) 전승현(41), 바리톤 사무엘 윤(본명 윤태현·43)이 개막작 ‘탄호이저’를 비롯해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로엔그린’ ‘발퀴레’ ‘신들의 황혼’ 무대에 오른다. 전체 30회 공연 가운데 연광철이 16회, 사무엘 윤이 11회, 전승현이 3회 등장한다.

특히 26일 ‘방황하는…’ 무대에선 타이틀 롤인 ‘네덜란드인’을 사무엘 윤이, 또 다른 주역 ‘달란트’를 연광철이 맡아 한 무대에 선다. 이들은 10년 넘게 바이로이트에서 활약했지만 같은 작품에서 주역으로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21일 독일에서 전화를 받은 사무엘 윤은 “독일인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바이로이트 무대에 연광철 선배와 함께 주역으로 선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라고 말했다. 사무엘 윤은 2012년 러시아 출신의 바리톤 예브게니 니키틴이 나치 문양을 몸에 문신한 것이 발각돼 하차한 뒤 ‘방황하는…’에서 동양인 최초로 바이로이트의 주역을 맡았다. 이번까지 세 번째로 네덜란드인을 꿰찼다. 또 ‘로엔그린’에서도 주역 헤어루퍼를 맡아 노래한다.

사무엘 윤은 “평균 2∼3년에 한 번꼴로 페스티벌 표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바그너 열혈 팬이 많다”며 “아무리 유명한 성악가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공연 중간에 교체될 정도로 냉혹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고국 팬들에게 ‘깜짝 선물’을 선사해 화제가 됐다. 당시 네덜란드인으로 분장하며 왼쪽 뒷머리에 한반도 지도 문양을 크게 그려 넣은 것. “2013년은 바그너 탄생 200주년이었기 때문에 전 세계 언론이 바이로이트 축제를 주목했어요. 한국을 알리고자 분장사에게 부탁해 한반도 문양을 넣었죠. 올해는 가발에 다른 문양이 세팅돼 있어 한반도 문양을 넣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방황하는…’ 외에 개막작 ‘탄호이저’에서 헤르만 영주, ‘발퀴레’에서 훈딩 역을 맡은 연광철도 독일에서 맹연습 중이다. 그는 “바그너의 작품으로 무대에 설 때에는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연광철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의 아버지인 강병운 서울대 교수(64)가 1988년 바이로이트에 입성한 뒤 1996년 두 번째로 입성했다. “제게 바이로이트는 세계 오페라 무대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많은 세계무대에 서지만 성악가로서 매년 여름을 바이로이트에서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합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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