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그제 달러당 1009원대로 하락한 데 이어 어제는 1008원대로 더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101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약 6년 만에 처음이다. 원화 강세의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며 구두(口頭) 개입에 나섰지만 원화 가치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근 원화 강세는 한국의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외환보유액이 늘면서 우리 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 기인한다. 한국의 경상수지는 27개월 연속 흑자였고, 외환보유액은 3666억 달러로 12개월 연속 증가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초(超)저금리 정책으로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및 채권 매입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 추세라면 달러당 원화 환율 1000원도 무너지는 ‘달러당 세 자릿수 환율 시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화 강세든, 약세든 경제적으로 빛과 그림자를 동반한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수입물가가 낮아져 전반적인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고 우리 돈의 구매력이 높아진다. 반면에 국제시장에서 경쟁하는 수출 기업들은 환율 변수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 어려움이 커진다. 원화 가치가 너무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수출기업, 특히 중소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은 크게 나빠졌다. 특히 수출시장에서 주요 경쟁국인 일본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엔화 약세에 힘입어 높아져 우리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원화 강세가 가속화하면 결국은 국제수지 등 거시 경제지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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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을 쌓아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한국투자공사(KIC) 등을 통한 대외 투자를 확대해 외환보유액 급증에 따른 원화 가치 절상 요인을 완화해야 한다. 내수 활성화를 이끌어내 수입을 확대하는 것도 경기 회복과 원화 강세 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연 2.5%인 우리 기준금리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사실상 ‘제로 금리’에 가까운 선진국들보다는 높다. 한은은 아직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지만 이 문제도 다시 검토할 시점이 됐다. 당국의 대응책과 별도로 수출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의 세 자릿수 시대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품질 경쟁력 제고, 경영 혁신, 새로운 시장 개척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