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재 문화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답사와 체험활동을 중시하는 영국 교육의 전통은 현대에도 계속되고 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 인솔자가 현지를 먼저 답사하여 안전한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필수이다. 체험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교사와 인솔자는 현지의 위험요소를 목록화하고 지도에 표시한 후 미리 학생들에게 숙지시켜 예상되는 사고와 위험을 최소화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가 교육과정에서 이러한 내용과 관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리교육의 비중이 낮은 것도 원인일 것이다. 학생이나 교사 모두 각종 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지식이나 공간적 판단력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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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정에서도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수학여행과 가족여행은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수학여행은 교육적 효과도 있지만,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소통하고 우정을 쌓는 시간이다. 아이들에게는 평생의 추억을 만드는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학여행을 금지하기보다는 안전한 수학여행을 강조하는 게 타당하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 여행의 풍부한 교육적 의미를 생각할 때 수학여행을 무조건 금지하는 조치는 매우 근시안적이다. 특히 어려서부터 집과 학원, 학교만 오가며 공부에 지쳐있는 학생들에게 우정을 기르고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수학여행을 갑자기 없애는 결정은 잔인해 보이기까지 한다.
대신 안전한 수학여행을 위해 교사나 인솔자가 여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여 각종 사고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과정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일상생활에 잠재되어 있는 위험 요소를 미리 인지하고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르는 급박한 재난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정을 학교 현장에 전격 도입하면 좋겠다.
김이재 문화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