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제약산업 시장에 점유율 1% 수준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세계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파머징 국가는 1인당 의약품 소비가 아직 선진국의 15% 수준”이라며 “특히 중국은 고혈압 환자 1억6000만 명, 당뇨병 환자가 9200만 명에 달해 의약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험난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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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 획기적인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퀀텀 점프’도 가능하다. 2011년 화이자는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로 125억 달러(약 13조3000억 원)를 벌여 들였고 2012년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휴미라’도 애브비에 96억 달러(약 10조2000억 원)를 안겨줬다.
이런 특성 때문에 글로벌 업체가 대규모 투자로 큰 수익을 거둬들이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로슈는 2012년 매출의 18.6%인 10조 원 가량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국내업체는 신약 개발 및 수출 경쟁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정부 약값 정책에 어려움 가중
국내 제약업계를 향한 보건당국의 각종 규제도 팍팍하다. 의료 복지를 위해 의약품 대부분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보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부는 건보 재정을 아끼기 위해 약값을 낮게 유지하려는 정책을 꾸준히 펴고 있다. 2002년 약가 재평가 정책 이후 리베이트 약가연동제(2009년),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2010년), 일괄 약가 인하(2012년), 사용량 약가 연동제(2014년) 등 이런 목표를 담은 다양한 약값 정책이 시행됐다.
특히 재작년 일괄 약가 인하로 인한 타격이 컸다. 이후 긴축 경영을 펴는 업체가 많았고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시장 등 다른 분야 사업에 집중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전년보다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의약품 매출 증가보다는 사업 다각화, 다국적 제약사와의 공동마케팅 등으로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약품 R&D와 생산·판매, R&D 재투자를 통한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매년 오르던 연구개발비 비중이 2012년 처음으로 5.1%로 감소세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해 3분기에도 0.7%포인트 감소하며 정체 현상을 보인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성장잠재력 충분…“규제 아닌 유인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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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항체, 백신, 치료용 단백질 같은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성과를 보이는 것도 고무적이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연평균 22% 증가율을 보이고 수출 성장률은 32%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셀트리온)가 유럽의약품청(EMA) 허가를 받는 등의 실질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보건당국도 약값 깎기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2017년까지 수출 11조 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신약 4개를 만들어 세계 10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를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제약·바이오 펀드를 만들었고 수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이경호 제약협회장은 “업계에는 정부의 육성·지원 다짐이 구호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예측 가능한 약가제도를 시행하면서 제약 분야를 규제 대상이 아닌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