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사회과학원 ‘6·25 남침’ 인정
중국의 대표적 정부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이 6·25전쟁의 발발 원인을 북한의 남침이라는 시각에서 기술한 것은 중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더 객관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또 북-중 혈맹관계에 대해 중국 측이 회의감을 갖고 있다는 관측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6·25전쟁은 북-중 혈맹을 설명하는 전제조건이다.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돕는다)의 기치 아래 북한과 함께 침략자 미국과 전쟁을 벌인, 피로 맺은 형제국가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이후 소련의 기밀문서가 해제되면서 북한의 남침 사실이 밝혀졌지만 중국은 그동안 언급을 회피했다. 다만, 미국이 압록강 등 북-중 접경지역까지 밀고 올라와 중국이 참전하게 됐다고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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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침설은 이전에도 중국 내 일부 진보적 학자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기구에서는 남침설이 금기시돼 왔다. 2010년 6월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발행하는 주간신문인 궈지셴취다오(國際先驅導)보가 남침 사실을 기사화했다가 바로 인터넷에서 삭제됐다. 이 때문에 사회과학원이 북핵 위기가 제2의 한국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지 조망하면서 과거의 남침 사실을 제기한 것은 북-중 혈맹관계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단초로 해석된다.
현재로선 중국 정부가 이를 공식 의견으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부 마오쩌둥(毛澤東)의 결정으로 북한을 도왔다는 항미원조의 정당성까지 모두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원도 보고서 후기에 각 논문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라고 명시했다.
또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북정책이 바뀌고 있다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는 점에서 이번 분석을 ‘전쟁의 기원’에 한정해 해석해야 한다는 풀이도 있다. 사회과학원은 보고서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자신의 지정학적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중국이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한국이 중국의 대북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해 (중국이) 이미 한미와 ‘동일한 전선’에 있다고 오해를 하게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회과학원은 이번 보고서와 함께 내놓은 ‘글로벌 정치 및 안전보고(2014)’에서도 “(중국의 대북 제재 등으로 인해)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이 180도 바뀐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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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