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주목할 만한’ 신인감독 부재에 우려의 목소리
2012년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탄 김기덕 감독(오른쪽)이 절친인 이현승 감독과 그해 9월 11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메가박스에서 열린 수상 기자회견에서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전문가들은 세계영화제 진출 실패보다 주목할 만한 신예 감독의 부재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 영화는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이래로 유럽 영화제의 단골손님이었다. 2004년 박찬욱 감독이 ‘올드 보이’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2등상)을, 2012년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타며 절정을 맞았다.
하지만 3대 영화제는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 임상수 이창동 감독의 무대다. 모두 50, 60대 감독이다. 이들 외에 새로 진출하는 30, 40대 감독이 전무하다. ‘한국 영화가 엘리트 영화제에서 대(代)가 끊기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광고 로드중
수익률에 민감한 대기업이 영화계를 주도하면서 모험적인 작품을 만드는 제작사도 줄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제작사가 시장을 주도하던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실험적인 영화들이 흥행에도 성공한 사례가 여럿 있다”며 “지금은 예술·저예산 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가 명확해졌다”고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를 보면 다양성 영화(예술, 저예산, 독립영화)의 비중은 해마다 줄고 있다. 전체 극장 매출에서 다양성 영화의 비중은 2009년 6.6%에서 2013년 1.6%로 줄었다.
김보연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센터장은 “예술영화의 빈곤은 결국 상업영화의 경쟁력도 약화시킬 것이다. 기획영화에 식상해진 관객의 피로도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광고 로드중
황철민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는 “2000년대 한국 영화는 ‘올드 보이’처럼 강한 이미지가 강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아시아 후발 국가(태국, 인도네시아 등)도 강한 이미지를 만든다. 이제 이미지는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반론도 나온다. 상업영화 안에서도 예술성을 갖춘 감독들이 나오고 있고, 이들이 영화제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는 주장이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문병곤 감독이 ‘세이프’로 단편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탔고, 나홍진 감독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젊은 감독들의 부진은 선배 감독들의 성과가 대단해 나타나는 착시 현상”이라고 했다.
“세계 3대 영화제는 최고 고수들이 겨루는 자리로 신진에게 인색하다. 선배들은 상대적으로 단시일에 성과를 냈지만, 젊은 감독은 시간이 더 걸리는 것뿐이다.” 전찬일 평론가의 진단이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