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 김하늘. 사진제공|KLPGA
광고 로드중
■ 부진 씻고 화려한 부활샷 김하늘
2년 연속 상금왕서 올시즌 끝모를 추락
호흡 잘 맞는 새 코치 만나 슬럼프 탈출
하반기 첫대회서 10개월만에 우승 감격
LPGA 투어 진출 목표 향해 다시 매진
“히히히, 헤헤헤.” 김하늘(25·KT)이 웃음을 되찾았다. 더 크고 유쾌한 게 듣는 사람까지 덩달아 웃게 만드는 묘한 매력까지 더해졌다.
광고 로드중
25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MBN-김영주골프 여자오픈은 김하늘의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려놨다. 설움을 씻어내기라도 하듯 23언더파라는 신기록까지 작성하며 우승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우승 뒤 사흘 만에 다시 만난 김하늘은 아직도 여기저기서 우승 축하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 우승 축하 문자만 200통
“류중일 감독님, 김민재 코치, 멀리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 선수까지. 우승 하고 난 뒤 200여 통이 넘는 축하 문자를 받았다. 첫 우승 다음으로 가장 많은 축하를 받은 것 같다.”
광고 로드중
김하늘은 “속이 다 후련하다”는 말로 고됐던 지난 5개월을 정리했다.
부활까지 꼬박 다섯 달이 걸렸다. 처음엔 “별 것 아냐. 곧 우승하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침묵의 시간은 예상보다 길었다.
그 사이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 늘 관심의 중심에 서 있던 김하늘이 어느 순간 관심의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4번 타자만 해왔던 그가 9번 아니 대타까지 밀려났으니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김하늘은 “한번은 경기 전 다른 선수들을 인터뷰하고 나에겐 인터뷰 제안도 없이 그냥 지나치는 일이 있었다. 아무리 성적이 부진해도 그런 일을 겪다보니 오기가 생겼다”라고 되새겼다.
광고 로드중
시간이 약이었다. ‘올 해 안으로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했었지만 하반기가 시작되자마자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여왕의 귀환을 알렸다.
늦었지만 이 우승으로 더 단단해졌다. 김하늘은 “이제는 다 잊었다. 마음 편히 웃을 수 있게 됐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씁쓸했던 순간을 모두 털어냈다.
● 새 코치 만난 뒤 일이 ‘술술’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10개월 만의 우승은 닫혔던 마음을 열었고 여유도 갖게 했다.
우승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영화감상이다. 그동안 제대로 쉴 시간조차 없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됐다.
“최종라운드에 앞서 이미림과 경기 끝내고 함께 영화를 보러가자고 약속했다. 우승하고 나서 이민영, 김지현까지 가세해 심야영화를 봤다. 오랜만에 만끽하는 여유였다.”
여유는 한 번으로 끝났다. 일주일 후 투어가 재개되기에 다시 치열한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
김하늘은 클럽을 다시 꺼내 들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준비했다.
몇 가지 변화도 생겼다. 오래 전부터 가깝게 지내온 선배 김형성(33·하이스코)의 소개로 새로운 코치를 만나게 됐다. KPGA 투어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던 김영수 프로다.
새 코치와는 호흡이 척척 맞는다. 김하늘이 부진에서 탈출해 8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주인공이다.
“부진의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김영수 코치를 소개받았다. 처음 만난 날 드라이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 소리만 듣고서는 스윙에 비해 클럽의 스펙이 약한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곧장 드라이버를 바꿨다. 그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말썽이던 드라이버가 똑바로 날아가게 됐다.”
경기 전 늘 해오던 연습량도 줄였다. 연습을 덜 하는 대신 경기에 더 집중하는 방식으로 작은 변화를 줬다.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목표를 하나씩 이뤄나가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김하늘은 “1차 목표는 작년 10월 우승했던 러시앤캐시 채리티의 타이틀 방어다. 그 다음 미국 LPGA 투어인 하나-외환챔피언십에 나가 우승하는 게 목표다. 올해 미국 LPGA 투어 Q스쿨에 출전할 계획이었지만 내년으로 미뤘다. 하나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LPGA 투어로 직행할 수 있으니 기회를 노려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