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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대전 ‘보험사기 여왕’ 병원들 묵인 가능성

입력 | 2013-08-20 03:00:00

의사가 허위진단서 발급해 주고, 가족 5명 동시 입퇴원해도 눈감아




“대전지역 종합병원들이 ‘보험사기 여왕’의 행각을 알았나, 몰랐나?”

20개 보험사에 130개 보험에 가입한 뒤 6년간 8억 원의 보험금을 가로챈 대전 김모 씨(54·여·구속) 일가족의 행각이 드러나면서 대전지역 종합병원들이 김 씨 범행을 묵인했을 개연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종합병원 의사가 이들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준 사실이 드러난 데다 이들이 장기간 집단 입원하는 과정에서 병원 측의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2011년 김 씨의 아들(24)은 코뼈가 부러졌다며 대전 S병원을 찾았다. X레이 촬영 결과 골절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김 씨 아들은 어찌된 일인지 이 병원 성형외과에서 ‘비골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고 성형수술까지 받았다. 결국 의사 김 씨는 코뼈도 부러지지 않은 환자에 대해 성형수술을 한 셈이다.

경찰은 “의사 김 씨가 친인척도 아닌데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준 것은 돈을 거래하지 않았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주범 김 씨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과 2009년 7월 4일 대전 D한방병원에 함께 입원했다. 일주일 후에는 동거남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중고교생 남매를 자신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추가로 입원시켰다. 병명은 허리 염좌, 상지부 염좌, 대장염, 위장염 등 제각각 달랐다. 이들은 짧게는 18일, 길게는 55일간 같은 병원에 입원한 뒤 보험금 3848만 원을 타 냈다. 이들은 입원해 있으면서 외박은 물론 자택에서 식사까지 했다. 병원 측이 충분히 의심할 만한 행동이 곳곳에서 나타났으나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이들은 적게는 2명, 많게는 5명이 대전 지역 종합병원 여러 곳을 돌며 모두 22차례 집단 입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난해 전국에서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만도 4533억 원으로 이는 곧 순수한 가입자 부담”이라며 “가족 5명이 한 병원에 동시 입원하고, 동시 퇴원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병원은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