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분비 기능저하증 → 무더위에도 덥지 않고 입맛 없고 무기력한 증상과다분비 기능항진증 → 유난히 땀 뻘뻘… 맥박 1분 100회 넘으면 의심
갑상샘 호르몬이 너무 많이 나오면 갑상샘 기능항진증이, 덜 나오면 갑상샘 기능저하증이 나타날 수 있다. 갑상샘이 ‘중용의 장기’로 불리는 이유다. 한 환자가 병원에서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혹시 올여름이 예년보다 훨씬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덥게 느껴지는가. 아니면 정반대로 약간 더운 정도라거나 오히려 서늘하다는 느낌을 받는가. 만약 이게 병이라면? 그것도 동일한 신체 기관의 이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55세의 여성 A 씨는 이번 여름에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린다. 조금만 걸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연일 30도가 넘는 불볕더위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덥다. 평생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
병원에서 두 여성은 모두 갑상샘(갑상선) 이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동일한 기관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지만 증상은 180도 다르다. 왜 그럴까.
우선 갑상샘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목 앞쪽의 중앙 부위, 그러니까 물렁뼈와 기도 사이에 있는 내분비기관이다. 갑상샘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몸 안의 장기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체온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갑상샘 호르몬은 신생아나 어린이의 성장과 발육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어린이가 한창 자랄 시기에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키가 자라지 않는다. 인체의 대사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호르몬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호르몬이야말로 ‘중용(中庸)의 장기’라 부른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절함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 삶에 필요한 이 덕목이 갑상샘 질환에 딱 들어맞는다는 뜻이다.
기능항진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체로 이 병의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으로 안구가 돌출하는 ‘그레이브스병’ 환자에게서 항진증이 많이 나타난다. 치료하려면 항갑상샘 제제를 먹는다. 갑상샘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방사성동위원소(요오드)를 이용해 갑상샘을 파괴하기도 한다. 다만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는 기능저하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기능저하증은 갑상샘 호르몬이 부족하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치료법도 단순하다. 인공적으로 만든 호르몬 제제를 먹으면 된다. 일부 환자들이 소화불량의 부작용을 경험하지만 대체로 평생 먹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밖에도 갑상샘과 관련된 질환으로는 결절(종양)이 있다. 최근 초음파 기술이 발달하고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갑상샘 결절은 매우 흔한 질환이 됐다. 그만큼 쉽게 발견한다는 뜻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