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원전에 불량부품을 절대 쓰면 안 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불량부품이 가동 중인 원전에서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부품 자체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더라도 다른 이유로 고장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전을 정지시키거나 문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더 커질 수 있다.
제도적인 보완을 위해 우선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은 현재의 한국전력 독점 체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소에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은 한국전력과 그 자회사가 담당하고 있다. 원전의 발주와 건설,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두 한 회사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원전을 운영하는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 경영 효율과 해외 수출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한전이 원자력 사업을 독점하면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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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상황은 내가 자동차 운전을 잘하니까 자동차를 제작도 하고 수출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부터라도 역할 분담을 다시 잘해서 각자 특기에 맞는 임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불량부품사태에 대해 일부에서는 ‘원전마피아’라며 특정 대학, 특정 학과 출신에게 책임을 전가하는데 이들은 지금까지 어떤 비리에도 연루된 적이 없었다. 절대 다수의 원자력인은 지금도 안전한 원자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국민 여러분께 꼭 알리고 싶다.
박창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