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만 나가면 관광도 뒷전인 채 쇼핑에 열을 올리는 한국 여성을 비웃는 말이 많지만 엄마들은 억울하다.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의류에 속하는 폴로는 한국에 건너오는 순간 명품(名品)으로 둔갑한다. 소재가 좋고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 디자인을 고집하는 폴로 아동복은 한국 엄마들이 특히 선호하는 브랜드다. 수입사는 이런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그동안 한국에서 고가(高價)정책을 폈다.
▷폴로가 한국에서 대대적으로 가격을 내린다. 인하폭이 40%가량 될 것이라고 하니 그동안 얼마나 폭리를 취했는지 짐작이 간다. 콧대 높은 폴로가 이런 선택을 한 배경에는 경기불황에 따라 백화점 매출이 줄고 해외 직접구매와 병행수입 활성화라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요즘 한국에서 폴로를 제값 주고 사는 바보는 없다. 한국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다. 단순한 직접구매에 그치지 않고 온갖 세일정보를 섭렵해 알뜰하게 쇼핑한다. 한국 ‘직구족(直購族)’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세일정보가 한국 사이트에 소개되면 그 상품은 바로 ‘품절’이 될 지경이다. 이런 식의 ‘득템’(물건을 얻었다)을 자랑하는 블로그도 수천 개에 이른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