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넘은 것 확인했지만 이라크전 악몽 재연 우려에군사대응 등 뾰족한 대책 못내놔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게임 체인저(상황의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요인)가 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하지만 “신중하게 행동하고, 세밀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당장 행동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백악관은 25일 의회에 보낸 문서에서 “시리아 정부가 소규모의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프랑스 영국 정부도 최근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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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결심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은 ‘이라크전의 악몽’이라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는 정보를 믿고 전쟁을 일으켰지만 이 정보는 거짓으로 판명돼 전쟁의 명분이 상당 부분 퇴색했다. “오바마는 화학무기 사용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고, 어떻게 실행됐는지를 정확히 확인하기를 원한다”고 AP는 전했다.
시리아 반군 내에서 알누스라 전선 등 알카에다 연계 단체의 세력이 커지는 것도 오바마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반군 내 친서방 세력은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 곳곳에는 이슬람 법정이 세워지고 있다. 아사드 정권을 몰아낸 후 시리아를 알카에다에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리아에 개입할 방법이 마땅치 않고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고민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시리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아사드를 압박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면 미국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내전의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비행금지구역을 무력화하기 위해 아사드 정권이 미국 전투기 등에 공격을 하면 미국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시리아 내 화학무기 부대나 시설을 타격할 수 있지만 위치 파악이 어려운 데다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